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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칼 들고 덤비면? ①상책: 도망 ②중책: 중심 무너뜨리기 ③하책: 타격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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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상을 본 뒤로 아직도 손이 벌벌 떨려요."
인천 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7)씨는 며칠 전 인터넷에서 본 '서울 신림동 칼부림' 영상이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백주 대낮에 길거리에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조모(33)씨의 범행 동영상이었다.
칼 한번 휘둘렀다고 건장한 남성들이 픽픽 쓰러지는 모습에 충격받은 김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곧바로 삼단봉(접었다 펼 수 있는 호신용 단봉) 가격을 알아봤다. 이걸로 모자라겠다 싶어 근처 복싱 체육관에 회원 등록도 했다. 그는 "영상을 본 뒤론 사람 많은 곳을 다니기가 무서워졌다"며 "여자친구와 함께 복싱을 배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김씨처럼 호신용품이나 호신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가 모두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젊은 남성들이 특히 '무차별 칼부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골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일보가 '네이버 데이터랩'의 항목별 쇼핑 클릭 수 추이를 확인했더니, '호신용품'을 클릭한 지수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2일 최고치를 찍었다. 최대 클릭 수가 나온 22일 지수를 '100'으로 놓았을 때 평소 클릭 지수는 8~18이었다.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신림동 사건 이후 5~10배나 급증했다는 뜻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들의 클릭 지수가 특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이 갑자기 나를 덮쳤을 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호신술(무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증가했다. 조씨가 3분 만에 남성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소식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함께 퍼지면서, 호신용품만으로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선 '호신술' 검색량 지수도 '호신용품'과 마찬가지로 22일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호신 열풍을 두고, 전문가들은 젊은 남성들도 '무차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행이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누군가 가까운 거리에서 나에게 흉기를 들고 덤비는 상황을 실제 맞닥뜨리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상책일까? 범죄 대응 전문가들은 호신술과 호신용품만으로 칼 든 범인을 제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제압을 하려 드는 순간 상대를 더 자극할 수 있다"고 했고, 서울경찰청에서 물리력 대응 훈련 교관을 맡고 있는 김영주 경위 역시 "호신술로 흉기를 든 범죄자를 막으려면, 경찰관도 수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검거나 제압이 아닌 회피 목적이라면, 평소의 훈련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훈련은 반드시 '호신술'일 필요는 없다. ①짧은 시간에 범행을 인식하고 ②현장에서 벗어날 시간을 버는 데엔, 모든 운동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형익 한국호신술진흥회 원장은 "어떤 운동이든 체력과 반응 속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소한 3개월에서 1년 정도는 운동을 해야 반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범행을 인지하는 즉시 멀리 도주해 상대와 거리를 벌리고 판단할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만약 막다른 곳에 몰리거나 거리를 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을 가격하기보다는 몸 중심을 밀쳐 넘어뜨려야 한다. 넘어져서 누워 있는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다리를 활용해 흉기가 아닌 상대의 몸을 밀어 거리를 벌린 뒤, 다음 행동을 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김 경위는 "호신용품을 쓰더라도 평소 실제 명중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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