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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폭죽 불꽃에 가려진 미세플라스틱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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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폭죽의 계절이 왔다. 전국 해수욕장의 밤하늘은 폭죽 불꽃으로 빛나고 있다. 그런데 해변에서 폭죽을 쏘는 행위는 불법이다. 2014년 제정된 해수욕장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2조에 따르면 '장난감용 꽃불로 놀이를 하는 행위'는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할 수 없다. 만약 허가 없이 폭죽을 사용할 경우 1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왜 금지했을까? 폭죽을 쏘는 사람들은 즐거울지 몰라도 해변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폭죽 소음이나 연기가 조용하게 해변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민폐일 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폭죽 때문에 실명 위기 등 사고를 당하거나 화재가 날 뻔한 사건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폭죽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심각한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일으킨다. 폭죽을 쏘면 화약을 담고 있는 작은 플라스틱 탄피가 찢긴 상태로 해변에 떨어진다. 폭죽을 즐기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변에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겠지만 한 발의 폭죽이 하늘로 날아갈 때마다 하나의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변에 떨어진다. 해변에 떨어진 그 쓰레기가 어디로 가겠는가? 폭죽의 화려한 불꽃에 눈길이 가 있는 동안 바다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신음할 수밖에 없다.
해양환경공단의 해변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폭죽 탄피 쓰레기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00m당 2.4개의 탄피가 발견되었다면 2021년에는 5.6개로 4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해수욕장에서 탄피를 줍는다면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수백 개는 거뜬히 주울 것이다.
엄연히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해수욕장 모래사장은 모래 반 탄피 반으로 엉망이 되고 있을까. 있으나 마나 한 법 때문이다. 단속 인원도 부족하고, 혹시나 단속을 원칙대로 하면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까 걱정해서 실제 단속이 거의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법률 제정 이후 적발 건수는 3만8,749건이었지만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746건에 불과하다.
폭죽을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하지만 판매하는 행위는 허용하고 있는 규정도 문제다. 폭죽 사용을 단속하는 사람도 없는데 해변 주변의 가게에서 폭죽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으면 누가 폭죽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생각하겠는가.
폭죽을 사용하는 시민들만 탓할 게 아니다. 폭죽 사용이 불법이라는 홍보도 단속도 제대로 하지 않고 폭죽을 판매하는 행위는 허용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무사안일함이 더 문제다. 그런데 문제해결을 위해서 폭죽 판매 금지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도 모자랄 판에 폭죽 사용 금지 여부를 지자체 판단에 맡기자는 규제 완화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 장소에 나가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온갖 생색은 다 내면서 정작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당장 필요한 조치는 오히려 발을 빼는 모순적 행태에 기가 막히다. 불꽃놀이를 즐길 때가 아니다. 정부도, 지자체도, 시민들도 모두 제발 환경위기의 시대 지구시민으로서의 상식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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