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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흔적... 성동구 '아이유 방'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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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익어가니 서둘러 젊은 피야/ 민들레 한 송이 들고."
청춘의 희망이 가득한 노래 '스트로베리 문'(2021)을 가수 아이유는 양쪽 무릎이 살짝 찢어진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불렀다. 오른손으로 가볍게 리듬을 타며 노래하는 그의 앞엔 보랏빛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진한 보라색을 좋아해"(노래 '팔레트'·2017) '라일락'(2021)이란 노래까지 부른 그가 보랏빛으로 꾸린 정원이다.
화려한 TV 쇼나 그의 공연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수하고 풋풋한 아이유의 이 작은 정원 음악회는 3차원 입체 영상인 홀로그램으로 구현됐다. 아이돌과 증강현실(AR)이 만나 서울 성동구 더 서울라이티움에 펼쳐진 아이유의 전시 '순간,'(21일까지)이 그 무대다. 아이유는 올해 9월 가수 데뷔 15년을 기념해 이 전시를 기획했다. "잠시 멈추어 함께 지나온 수많은 순간을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 제목 순간 뒤에 쉼표를 넣었어요." 전시장 벽면 곳곳에 새겨진 QR코드를 찍으니 전시를 소개하는 아이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교복을 입고 통기타를 퉁기며 노래하는 모습부터 서울 종로구 통인동 소재 헌책방에서 찍은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촬영까지. 최근 찾아간 전시장엔 2008년 중3 때 데뷔한 뒤 15년 동안 걸어온 음악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이유는 틈틈이 곡을 쓰며 휴식을 취하는 방으로 그가 곳간이라 부르는 공간도 전시장에 옮겨 놨다. '곳간: 추억의 방'으로 꾸려진 전시 공간엔 통기타가 세워져 있고, 무지개 모양의 그림에 영어로 '굿 모닝!'이란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벽에 붙어 있었다. 모두 아이유가 직접 쓰고 그의 방에 있던 소품들이다. 곳간의 시계는 9시 18분에 멈춰 있었다. 시간이 가리키는 것은 음악방송에서 '미아'를 부른 그의 데뷔 날짜(9월 18일)다.
5개의 주제로 꾸려진 전시에서 관객들이 가장 붐빈 곳은 '이름들의 공간'이었다. 아이유는 9개의 미공개 음원을 10개의 '주크박스'에 담아 처음 내놨다. 그는 '2023년 ?월 ??일 새 가이드(음원) 완성. 어떤가요? 전 자신 있는데'란 문구와 함께 30초 분량의 신곡도 들려준다. 아이유가 정체불명의 영어로 부른 이 짧은 음원엔 전자음악이 묵직하게 깔려 있었다. 주크박스엔 아이유가 지드래곤과 함께 부른 '팔레트' 어쿠스틱 버전과 발매 음원과는 완전히 다른 가사로 녹음한 '이런 엔딩'(2017), 스무 살이 되던 해 당시 살던 집에서 부른 '드라마'(2012) 미공개 음원 등이 실려 있다.
이곳에선 2015년 화제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가요제 흔적도 찾을 수 있다. 당시 아이유가 박명수와 함께 불러 그해 여름 각종 음원차트 정상을 휩쓴 흥겨운 댄스곡 '레옹'의 재즈풍 데모곡이 이곳에서 깜짝 공개됐다.
"'무한도전' 방송 음원으로서는 임팩트가 좀 부족한 것 같아 수정했지만 전 이 버전의 후렴구도 좋아해요. 제 앨범에 넣는 곡이었다면 아마 조금 심심하더라도 이 버전으로 부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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