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오펜하이머'와 '아바타2'가 넘은 3시간의 벽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3시간은 꽤나 긴 시간이다. KTX로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이동하고 잠깐의 휴식까지 취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오펜하이머' '아바타: 물의 길' 등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아 이 긴 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두 작품은 높디높은 러닝타임 3시간의 벽을 넘었다.
'오펜하이머'는 최근 영화 마니아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다룬다. 러닝타임은 무려 180분이다. 긴 러닝타임에 부담감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았을 테지만 '오펜하이머'는 개봉 6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아바타: 물의 길'도 긴 러닝타임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바타'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은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오펜하이머'보다도 긴 192분 분량의 영화다. 러닝타임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있었지만 '아바타: 물의 길'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3시간에 살짝 못 미치는 러닝타임 163분의 영화도 최근 관객들을 만났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은 모든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무기가 잘못된 자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추적하던 에단 헌트와 IMF 팀이 미스터리하고 강력한 적을 만나게 되면서 팀의 운명과 임무 사이 위태로운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개봉했던 톰 크루즈의 출연작 '탑건: 매버릭'이 819만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쉽지만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또한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유튜브의 짧은 영상이나 OTT 속 한 시간을 넘지 않는 분량의 드라마들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숏폼, 미드폼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닝타임 3시간의 영화들은 대세를 따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바타: 물의 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같은 돈을 내고 더 길게 보면 좋지 않나. 영화가 형편없지 않은 이상 그런 불평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면서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너무 길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좋은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록적인 더위나 추위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긴 러닝타임이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실제로 '오펜하이머'는 무더운 여름에 상영 중이고 '아바타: 물의 길'은 추위 속에 대중을 만났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쾌적한 온도를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는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오펜하이머'와 '아바타: 물의 길'은 관객들이 3시간 동안 지나치게 덥지도, 춥지도 않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긴 러닝타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한 포털사이트의 '오펜하이머' 감상평란에서는 "핵폭탄이 터지기 전에 내 방광이 터지겠네"라는 글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감 수는 5,100을 넘어섰다. 3시간의 상영 시간에 대한 관객들의 부담감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많은 관계자들 또한 지나치게 긴 러닝타임은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한 영화 관계자는 본지에 "오랜 상영 시간과 관련해 긍정적 성격보단 부정적 성격이 크다고 생각한다. 의자에 앉아 3시간 동안 무언가에 몰입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오펜하이머' '아바타: 물의 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콘텐츠 자체가 가진 힘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시간 때문에 부담이 되지만 그럼에도 볼만한 영화'라고 느껴야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영화 자체의 몰입도가 높을 때 관객들이 긴 러닝타임의 벽을 넘고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힘이다. 3시간 넘는 러닝타임을 내세운 작품들은 이 시간 동안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지불한 돈에 비해 긴 시간 동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가성비만을 내세우기엔 OTT나 유튜브에 비해 힘이 약하다. 쾌적한 온도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또한 극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