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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몰려와 경제 효과 수천억?… 왜 주민들은 체감 못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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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형 관광지 주민들이다. 외지인과 외부 자본에 망가진 터전이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과 해외 주요 도시를 심층 취재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심각성과 해법을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관광지가 되면서 오히려 매출은 줄었어요.”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에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하모(60)씨의 토로다.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03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 장사에 도움이 될 법한데도 하씨는 고개를 젓는다. 그는 “차량 정체가 극심해 주차할 곳도 없어 단골들이 어느 순간 오질 않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관광객에 따른 경제적 효과 OOO억 원 이상’. 지자체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자주 나오는 문구지만 정작 대다수 주민들은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관광 특수는 특정 업종에 국한되는 데다 소음과 주차난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관광객이 쓴 돈이 지역 사회와 주민에게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이 몰려오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관광객이 음식점, 숙소 등에서 돈을 쓰면 소득 증가와 일자리 창출 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관광 산업과 연관된 지역 특산품 업체와 식자재 납품업체 등의 매출도 증가한다. 전주대 산학협력단은 2013년 전주 한옥마을에 관광객 5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3,100억 원의 직ㆍ간접 경제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종로구는 2014년 북촌 한옥마을 방문객 소비에 따른 파급효과가 2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문제는 주민이 체감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혜는 주로 음식점과 카페 등에 집중된다. 북촌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민은 “관광객이 길거리 떡볶이는 먹지만, 세탁소에는 올 일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관광 특수를 누리는 상인들 상당수는 외지인이다. 북촌 한옥마을 일대(가회동 5통) 상업시설 32곳 중 건물주 거주지가 북촌인 경우는 8곳(25%)에 그쳤다. 관광객이 쓴 돈이 역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지자체가 관광 수익을 걷어 지역에 뿌려줄 수도 없다. 관광객이 밥 먹고 커피 마실 때 내는 부가가치세(소비세)는 중앙정부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의 21%만이 지자체로 돌아올 뿐이다.
반면 주차난과 소음, 사생활 침해까지 불편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집이 없는 주민들은 집값과 임대료 급등에 따라 터전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흰여울마을 주민 이모씨는 “카페 ‘붐’이 불면서 한 채에 2,000만~3,000만 원이던 집값이 지금은 3.3㎡당 3,000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박동준 경제조사팀장은 지난해 5월 제주 관광 관련 세미나에서 “(관광객 증가로) 교통, 환경 등 비용이 증가하고 주민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관광객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고 경제적 체감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고 했다.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는 “해외에선 관광객에게 ‘관광세’를 걷어 환경오염에 대응하거나, 무상교육 등 주민에게 복지를 제공한다”며 “관광객이 쓴 돈이 지역에 돌아오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주민들도 관광객을 인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주민협의회가 직접 카페와 기념품 판매점 등을 운영하며, 수익의 30%가량을 주민 복지에 쓰고 있다.
<관광의 역습 - 참을 수 없는 고통, 소음> 인터랙티브 콘텐츠 보기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2517140000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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