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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바이에른 뮌헨=아우디' 공식에 균열을 낸 BMW...김민재의 축구팀도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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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IAA 모빌리티 2023' 야외 전시장이 마련된 독일 뮌헨 도심의 관광 명소 막스 요셉 광장에 행사 기간 중 특별한 손님들이 나타났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최강이자, 뮌헨 연고 프로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의 프로농구팀(FCBB) 선수들이 저녁 파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뮌헨에 본사를 둔 BMW가 뮌헨의 중심에 마련한 공간에, 바이에른 뮌헨 소속 스포츠 클럽이 참가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20년 넘게 유지한 파트너십으로 다져진 '바이에른 뮌헨=아우디'라는 공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BMW가 독일 프로축구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소유한 스포츠 클럽을 모두 후원해 온 아우디의 자리를 하나씩 지워가고 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뮌헨에서 벌어진 BMW와 FCBB의 합작 파티 배경에는 7월 BMW와 새로운 파트너십 후원 계약이 있었다. 프로축구팀과 똑같이 아우디의 후원을 받던 농구팀이, 6월로 만료된 아우디와 파트너십 연장 대신 BMW와 손을 잡은 것이다. 농구팀의 이번 계약으로 아우디와 바이에른 뮌헨과의 돈독한 관계에는 틈이 생긴 셈이다.
BMW는 FCBB와 후원 계약 직후부터 농구팀 유니폼에 박힌 아우디 로고를 BMW 로고로 바꾸는 등 발 빠르게 '아우디 지우기'에 착수했다. 정확한 계약 기간과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BMW와 바이에른 뮌헨 농구팀은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뮌헨 전역에서 자선 행사도 진행할 것"이라며 폭넓은 협력을 약속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아우디 돔'으로 불려 온 FCBB의 홈구장 이름을 아예 'BMW 파크'로 교체한 점이다. 실제 찾아가 본 뮌헨 서쪽의 BMW 파크에는 BMW 깃발이 바이에른 뮌헨 깃발과 어우러져 펄럭이고 있었고 경기장 안팎의 시설에서도 아우디를 지우고 BMW 로고를 새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일부 선수들은 이곳에서 2023~24시즌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FCBB 관계자는 "7월 새로운 계약 직후부터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며 "구단 차량도 BMW의 전기차가 도입됐다"고 했다. 실제 경기장 내부에 설치돼 있는 몇몇 사진에는 아우디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모습도 남아있었지만, 직원 말대로 주차장에는 BMW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X 여러 대가 바이에른 뮌헨 로고가 새겨진 채 주차돼 있었다. BMW의 탄탄한 후원 아래 최근에는 미국프로농구(NBA) 우승 경험이 있는 세르주 이바카(34)를 밀워키 벅스로부터 영입하며 축구팀만큼 실력을 갖춘 명문 구단으로 거듭날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BMW의 발 빠른 행보는 그동안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각인된 '바이에른 뮌헨=아우디' 공식이 꽤나 뼈아픈 대목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가 뮌헨에서 차량으로 1시간 넘게 달려야 닿는 바이에른주 잉골슈타트에 본사를 두고 있다지만 주도인 뮌헨에, 그것도 바이에른 뮌헨 홈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와 차량으로 단 10분 거리에 본사를 둔 BMW 입장에서는 '안방'에서 벌어지는 아우디 잔치가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과거 BMW는 '노동자의 스포츠'로 여겨져 온 축구가 회사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바이에른 뮌헨 후원에 소극적이었는데 어느덧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우승 32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6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 최고 명문 구단으로 성장하면서 후원 금액 또한 천정부지로 뛰어 품고 싶어도 어려운 팀이 됐다. BMW가 단숨에 축구팀을 포함한 바이에른 뮌헨의 모든 구단을 후원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BMW의 바이에른 뮌헨 후원이 농구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독일 매체들을 인용해 BMW가 2025년에는 바이에른 뮌헨 축구팀과의 파트너십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전했다. BMW가 수십억 유로 규모의 축구 산업이 '럭셔리 자동차' 제조사로서 이미지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양측(BMW와 바에이른 뮌헨)이 이미 지난해 파트너십 체결에 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는 구단 고위 관계자의 말도 덧붙였다.
BMW가 바이에른 뮌헨의 본체 격인 축구팀 후원까지 꿰찬다면 차원이 다른 스포츠마케팅의 장이 마련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 바이에른 뮌헨 홈 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의 광고판은 물론 김민재(27), 해리 케인(30) 등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입고 뛰는 유니폼에도 BMW 로고를 새길 수 있다. 선수들이 타던 전기차를 중고 판매할 때 차량 소유 선수의 사인 유니폼과 인증서를 함께 전해주는 등 기존 아우디가 실행해 오던 팬(고객)과 새로운 접점 또한 생겨난다.
관건은 아우디가 가지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주식 매입이다. 아우디는 현재 바이에른 뮌헨 주식회사(AG)의 지분 8.33%를 소유하고 있는데 BMW가 이를 사들이긴 위해선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늦어도 2025년까지는 BMW가 아우디를 인수하고 10년 동안 8억 유로(약 1조1,400억 원) 상당의 10년 후원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은) 네 번째 부자 구단으로 꼽히는 바이에른 뮌헨엔 엄청난 거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BMW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 목소리 또한 전했다. BMW 노동위원은 포브스를 통해 "자동차 부문 전체가 큰 변화(전동화 전환)에 직면해 있는데 이러한 (구단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의미가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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