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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나면 현관문부터 열지 마세요"... 피해 큰 '아파트 화재' 대응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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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성탄절 새벽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방학동 아파트 화재 사고는 화재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다. 경찰은 일단 부주의에 의한 발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상훈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26일 "현장에서 담배꽁초 등을 발견해 화재와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배꽁초가 맞는다면 누전 등 설비 결함이 아닌 인간의 실수, '실화(失火)'가 원인이라는 얘기다.
아파트 구조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었다. 사고 아파트는 계단식이라 3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꼭대기층까지 도달했다. ①계단이 거대한 '굴뚝' 역할을 한 셈이다. 여기에 ②아파트 1층이 개방된 '필로티' 형태여서 빠르게 유입된 공기가 불쏘시개가 됐고, ③방화문은 죄다 열려 있었으며, 1997년 지어진 아파트라 ④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처럼 아파트 화재는 피해를 확산시키는 발생 인자(因子)가 셀 수 없이 많다. 당연히 대응도 화재 진행 상황, 건물 구조, 피난기구 유형 등을 감안해 달리하는 침착함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이 첫손에 꼽는 대피 요령도 "무조건 현관문부터 열지 말라"는 것이다.
가령 이번 화재에서 보듯 계단식 아파트는 연기에 취약하다. 우리 집 밖에 불길이 없더라도 연기의 빠른 확산 속도를 떠올리면 층수에 관계없이 질식사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무색무취라 자극이 없는 일산화탄소에 노출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세대 바깥에 불길이나 연기가 없는 사실이 육안으로 확인되면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대피하되, 조금이라도 연기가 보이면 집 안에서 해결책을 강구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위치가 가깝다면 옥상으로 대피하는 건 어떨까. 소방청의 '아파트·공동주택 화재대응 매뉴얼'에는 저층 대피가 곤란한 경우 옥상 대피를 권한다고 나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전에선 위험천만하다. 퍼진 연기가 언제 옥상에 당도할지 가늠하기가 어렵고, 혹여 옥상 문이 잠겨 있기라도 하면 밀폐된 상층부에 모여 밀도가 짙어진 연기에 순식간에 갇힐 수 있다. 이번 화재 사망자 한 명도 11층 계단에서 연기를 흡입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는 최선책은 가구 안에서 불길과 연기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다. 채 교수는 "우선 출입문 등 틈새를 물수건, 이불, 테이프 등으로 빨리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기 차단 조치가 끝났다면 베란다에 대피해 있는 것이 좋다. 이때 연기·화염 상승 정도를 봐가며 문 개폐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시간을 어느 정도 벌었다고 판단되면 구조대와 계속 연락하며 상황을 정확히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빨리 와 달라'는 신고에 그치지 말고 집 안에 몇 명이 있는지, 부상자는 있는지, 연기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등 상세한 정보를 알려야 적절한 대피 방법을 안내받고 구조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최선의 대응 방법은 예방이다. 아파트엔 보통 완강기, 사다리 등 여러 피난기구가 설치돼 있다. 평소 보관 장소와 쓰임새 등을 숙지해 놔야 불이 나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줄에 매달려 대피하는 완강기는 10층 이상 고층,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등엔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추락 사고 위험이 큰 탓이다.
아파트 차원의 시설 보강 역시 필요하다. 방학동 화재처럼 입주민 불편 때문에 대개 열어 놓는 방화문을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닫히게 하는 '연동형 도어체크'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옥상도 방범을 위해 닫아놔야 하면 화재 상황에 맞춘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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