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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마동석의 뻔한 캐릭터를 좋아할까

입력
2024.02.04 11:18

마동석에 인기 안긴 '범죄도시'·'부산행'·'황야'
'황야,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황야'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82개국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제공

'황야'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82개국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마동석을 생각하면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부산행'의 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 등이 대표적이다. 많은 연기자들에게는 식상함이 독인데 마동석은 결이 비슷한 캐릭터로 여러 차례 흥행을 일궈냈다.

마동석의 대표작은 '범죄도시' 시리즈다. 괴물 형사 석도(마동석)는 온갖 악인들을 무찌른다. "진실의 방으로"라는 명대사가 탄생하기도 했다. 석도는 CCTV에 보이지 않는 '진실의 방'에서 용의자의 자백을 이끌어낸다. 지난해 5월 개봉한 '범죄도시3'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증명한 바 있다.

'부산행' 또한 마동석의 액션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부산행'은 '아가일' 매튜 본 감독,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봤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각광받은 작품이다. '부산행' 속 상화(마동석)는 주먹으로 좀비들을 무찌른다. 상화의 통쾌한 액션이 많은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안기곤 했다. '부산행'은 1,157만 관객을 동원했다.

'황야'에서의 액션 또한 눈길을 끈다. 남산(마동석)은 맨손, 마체테, 장총, 소총 등으로 적과 싸운다. 다양한 볼거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황야'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82개국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괴물 형사 석도는 온갖 악인들을 무찌른다. 마동석의 액션은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 시리즈의 괴물 형사 석도는 온갖 악인들을 무찌른다. 마동석의 액션은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악인을 응징하는 액션 영화 캐릭터들의 유형에도 여러 가지가 있기 마련이다. 놀라운 꾀로 압도적인 힘의 적을 물리치는 인물도, 힘은 약하지만 날렵한 몸을 활용해 우위를 점하는 인물도 있다. 마동석에게 뜨거운 관심을 안겼던 석도 상화 남산에게는 뛰어난 무력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세 캐릭터는 큰 위기를 마주하기도 했으나 강한 힘으로 주변 사람들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세계관은 다르지만 캐릭터들 사이에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마동석은 인터뷰를 통해 액션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가령 같은 '범죄도시' 시리즈 속에서도 감정선이 달라지거나 사용하는 싸움의 기술이 조금씩 바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액션을 모르면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시청자, 관객들은 액션 전문가가 아닌 만큼 마동석의 캐릭터와 액션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터다.

그는 2022년 개봉한 영화 '압꾸정'에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나섰으나 이 작품은 6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뻔한 캐릭터가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식상한 것 같지만 관객들이 바라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마동석 표 캐릭터들은 조폭 등 악당이 쓸 법한 완력을 사용하면서도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특유의 유머로 액션 영화의 진지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김 대중문화평론가는 "유쾌하면서도 나쁜 사람을 혼내주는, 우리를 지켜줄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이 바라는 유형의 인물인 만큼 마동석 표 액션 캐릭터들이 극장가에서 계속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동석의 롱런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석도 상화 남산 같은 유형의 캐릭터를 소화할 배우 자체도 드물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마동석과 유사한 피지컬을 가진 연기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맛도 여러 번 느끼다 보면 감동이 약해지는 법이다. 마동석 표 캐릭터의 틀은 유지하더라도 시·공간적 배경의 변화 등으로 식상함에 새로운 재미를 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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