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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앞날은…재매각 당분간 쉽지 않을 듯, 주인 찾기는 저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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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의 품에서 제2의 발돋움을 꿈꾸던 국내 최대 국적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이 또 한번 좌절했다. 당분간 다시 매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설사 매각 재추진 여건이 만들어져도 최소 6개월 넘는 시간이 걸린다.
7일 HMM은 전날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하림그룹의 매각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자 "별도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매각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 쟁점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가진 1조6,800억 원어치 영구채 처리 방안이었다. 하림 측은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 미뤄달라고 주장했지만 산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 미뤄지면 하림 측 지분이 57.9%로 유지돼 HMM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당이 늘어나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HMM 측에서는 매각 협상 불발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혹시 또 한번 인수 대상자를 찾을 때는 좀 더 안정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주체가 나서기를 바랐다. 업계 관계자는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살린 HMM을 자금 확보 능력에 물음표가 달린 중견기업에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10조 원가량 되는 HMM의 유보금을 인수 대금으로 써버릴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HMM의 유보금은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 물류대란으로 선사 운임이 올라가면서 쌓인 돈이다. 이용백 HMM 전 대외협력실장은 "머스크, MSC 등 글로벌 해운선사는 '포트 투 포트'(Port to Port)에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가는 종합물류기업으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며 "그들과 맞서 경쟁하려면 자기 자본으로 큰 규모의 투자를 해서 해운업을 살릴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재계 안팎에서는 HMM의 다음 인수 후보자로 한화그룹,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포스코그룹 등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그럴 뜻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날 "인수한 지 얼마 안 된 한화오션 정상화가 더 급한 일"이라고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등 모빌리티 운송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이고, 포스코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최정우 회장 후임 인선 때문에 큰돈이 들어가는 의사 결정을 할 여력이 없다.
투자업계 전망도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인수하려면 6, 7조 원이 필요하다"며 "회사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투자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이나 종합 물류 기업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상 선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업종의 국내 기업도 거의 없다"며 "당분간 HMM은 산은 지배 체제에서 내실을 다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을 다시 추진한다면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7월 매각 공고를 통해 절차가 시작됐다. 최종 매각 협상 결렬까지 공식 절차에만 6개월 이상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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