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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버는 것보다 아껴 쓰는 게 낫다"는 '외벌이 아빠'의 경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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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리프팅(축구공을 떨어트리지 않고 공을 튀기는 기술) 같은 기본기 훈련만 했다고 하더군요. 저축, 투자, 재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서부터 경제관념의 기본기를 다지는 게 중요합니다.”
입사 18년 차의 베테랑 은행원 최현진(45)씨. 자산 관리에 필요한 증권FP(금융자산관리사), AFPK(재무설계사),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등의 자격증을 가진 그는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서울 방배·분당 PB센터와 압구정 갤러리아 지점 등에서 근무하며 VIP들의 돈 관리를 오래 맡았다. 당시 부자들에게서 묘한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은행에 어린 자녀를 데려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알고 보니 자녀의 경제 교육을 위해서였다. 어려서 균형 잡힌 경제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최씨는 바쁜 직장 생활 중 짬을 내 다음 카페나 블로그 등에 경제 콘텐츠를 연재했다. 때마침 돈에 대해 부쩍 관심을 보이는 어린 아들을 보니 글 쓰는 속도가 더 붙었다. 자녀 또래에게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경제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 글들을 토대로 최근 ‘아빠의 부자수업’(오르트 발행)이란 책을 펴냈다.
부자가 되는 법이 궁금한 아들과 경제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아빠의 대화로 구성된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우야. 너 학원 쉬는 시간에 꼭 음료수 사 먹지? 그게 목이 말라서 사 먹는 거야?”
“그냥 애들이 먹으니 나도 사 먹는 거지. 다들 먹는데 나만 안 먹기도 그렇고.”
“그런 습관적인 소비를 찾아서 줄이는 게 핵심이야.”
최씨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단 습관성 소비를 최소화하는 게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돈의 흐름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계부나 용돈기입장을 쓰라는 얘기다.
“월급은 들어오자마자 로그아웃된다고 많이 푸념하잖아요. 직장인들이 신용카드 청구서를 보며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썼느냐’고 놀라지만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세요?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 본인이 쓴 게 맞다는 겁니다. 언제 카드를 긁었는지 기억도 없는데 말이죠.”
최씨는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꾸준히 가계부를 썼고, 결혼 후엔 매년 말 아내와 함께 한해 자산 현황을 정리한다. 꾸준히 기록을 하면 소비 성향이 파악되고, 불필요한 소비를 자연스럽게 줄여나갈 수 있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시대에 최씨는 보기 드문(?) 외벌이다. 그는 스스로를 “많이 버는 것보다 아껴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생각에 과감히 맞벌이를 포기한 외벌이 가장”이라고 소개한다. 이 역시 얼마나 버는지보다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이번 책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최대한 쉽게 썼지만 경제의 기본기가 허약한 어른들에게도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 업무를 하며 과도한 빚, 무리한 대출, 부실 투자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가운데 돈 관리의 기본 이치도 모르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봤기 때문이다.
최씨는 “소비 성향을 모르면서 몇 년 뒤 차를 사고, 집을 사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건 칼로리 높은 햄버거를 먹으며 다이어트하겠다는 말과 똑같다”며 “사람들은 늘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궁리하지만 돈 문제의 대부분은 버는 돈보다 많이 쓰는 데서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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