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원도심서 사라진 아이들 웃음소리... 도시개발로 되찾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어린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늘 들리니 다른 동네 같습니다."
지난 16일 인천 동구 송림동 배다리 삼거리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태권도 도복을 입고 까불까불 걸어가는 초등학생들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의 한 미용실 원장도 "예전에 비해 학생 손님이 늘었다"고 했다. 수도권 전철 1호선 도원역과 동인천역 사이에 있는 배다리 삼거리 일대에는 한복집, 혼수용품집으로 유명한 중앙시장과 배다리 전통 공예 거리, 헌책방 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대로변에는 그릇도매가게, 지업사, 앤티크 가구점 등이 들어서 있다. 1933년 개교한 인천송림초등학교를 제외하면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동네다.
하지만 2022년 8월 송림초 주변 구역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마무리되고 지하 4층, 지상 48층에 12개 동, 2,562가구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공부방과 태권도 학원, 음악 학원이 들어섰고 유동 인구도 늘었다. 아파트 단지와 마주하고 있는 송림초도 학생 수가 2년 새 25%가량 증가했다. 아파트 입주 한 해 전인 2021년 18학급에 재학생이 334명이었는데, 지난해 23학급에 418명으로 84명 증가했다. 다만 전승배 송림초 교장은 "애초 학생 수가 적게는 200명에서 많게는 3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1인 가구나 어르신 가구 비중이 높아서 기대만큼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구는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 감소 관심 지역'이다. 인구 감소 관심 지역은 연평균 인구 증감률과 인구 밀도, 고령화 비율 등 인구 감소 지수가 인구 감소 지역 다음으로 높은 시군구로, 전국에서 모두 18곳이 지정됐다. 수도권에선 동구와 경기 동두천시·포천시 3곳이 선정됐다. 1985년 14만6,413명에 달했던 동구 현재 인구는 지난달 기준 5만9,325명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25.8%에 이른다. 섬이자 인구 감소 지역인 인천 강화군(6만9,013명)보다도 인구가 1만 명 가까이 적다. 출생아 수도 작년 한 해 237명으로 강화군(254명)에 뒤졌다. 1988년(13만9,370명) 14만 명 아래로 떨어진 동구 인구는 1996년(9만6,495명) 10만 명 선이, 2018년(6만7,161명) 7만 명 선이 무너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구 감소 관심 지역으로 지정된 2021년 10월 6만1,977명이었던 인구는 송림초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끝난 2022년 8월 5만8,612명까지 줄었다가 1년 5개월 만인 지난달 1.2% 증가했다. 개발사업이 계속되는 만큼 인구 증가세는 조만간 가팔라질 전망이다.
23일 동구에 따르면 2년 뒤인 2026년 송림 3구역과 6구역 재개발 사업이 준공된다. 각각 1,321가구 3,223명, 598가구 922명 규모의 사업이다. 두 구역은 이미 철거를 완료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2027년에는 3,886가구 9,482명이 들어설 금송 재개발과 1,198가구 1,797명 규모의 송림 4구역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 이듬해에는 송림 1, 2구역 재개발(3,564가구 8,696명)과 송현 1, 2차 재건축 사업(1,030가구 2,513명) 준공이 기다리고 있다. 동구는 2028년 이후 준공되는 서림 재개발(385가구 939명)과 화수·화평 재개발(3,183가구 7,767명)을 포함해 총 1만5,165가구 3만5,339명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구의 59.56%에 이르는 대규모 인구 유입이 불과 향후 4, 5년 새 이뤄지는 셈이다.
동구는 각종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야 인구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걸림돌 제거에 진력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희망하는 주민들에게 관련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사업의 신속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타당성 검증 비용도 구비로 지원한다. 교통 인프라 확보도 필수다. 인천시가 구상하고 있는 인천지하철 3호선 역사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각종 도시개발 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송림오거리역 등 최대 3개 역사 설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에 따라 널뛰기를 하는 도시개발 사업에 의존해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동구도 이를 인정했다. 실제 송림초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의 경우 2008년 정비 구역으로 지정됐으나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로 11년이 지난 2019년 1월에야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준공은 14년이 걸렸다.
김찬진 동구청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개발 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고 유입된 인구가 잘 정착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정주 여건과 교통 여건 개선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는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인구 유입을 인구 감소 위기 극복의 핵심 요소로 보고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유·초·중·고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교육시설 개선을 위해 23억 원 규모의 교육경비를 지원할 계획인데, 동구가 교육경비 지원에 나서는 것은 10년 만이다. 2014년 재정난으로 자체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교육환경 개선에 예산을 투자할 수 없도록 강제한 '교육경비 보조 제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그동안 교육경비를 지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규제가 풀리면서 지원이 가능해졌다. 올해 7월에는 송림골 꿈드림센터에 어린이 영어도서관도 문을 연다.
2014년 박문여자중학교가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면서 여중이 없어 발생하는 학생들의 통학 불편과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초교와 여중 통학 학교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동구 관계자는 "현재 인천시교육청과 함께 금송 구역에 통합 학교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지난해 금송 구역 내 학교 용지를 초교에서 통합 학교로 용도 변경하는 안이 이미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총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도시개발은 청년 인구 유입의 기폭제가 된다. 다양한 청년 정책 시행은 필수다. 무주택 청년에게 월 임대료를 최대 20만 원, 최장 12개월간 지급하는 청년 월세가 대표적이다. 청년에게 1인당 연 10만 원의 문화비를 지원하는 컬처페이, 가구당 최대 10만 원의 이사비를 주는 월컴페이 사업도 추진한다. 취·창업 준비를 할 수 있는 스터디룸과 공유 오피스를 비롯해 북카페, 공유 주방, 작은 공연장 등을 갖춘 청년 전용 공간 '유유기지 동구청년21'도 올해부터는 외부 전문기관에 운영을 맡기는 등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배다리 삼거리에 자리한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유유기지 동구청년21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2년 5월 문을 연 이후 1만 명이 다녀갔다. 이곳에서 만난 이청수 매니저는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이 자유롭게 와서 스터디 등을 하는 공간"이라며 "평일 낮 시간에도 많은 청년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한 도시개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행정·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며 "정주 여건 개선과 함께 원도심 특유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도심 기능 특화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