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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의 미묘한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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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왜 콘서트홀에 가야 할까. 콘서트홀은 연주자의 공간인 '무대'와 청중이 앉는 '객석'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무대와 객석을 갖췄다고 모두 콘서트홀은 아니다. 최적의 음향을 고려한 특수 설계가 필요하다.
대중음악이나 뮤지컬을 공연하는 다목적홀의 경우 마이크와 스피커 같은 확성장치를 활용하지만, 클래식 공연장은 전기의 도움 없이 소리의 자연스러운 울림을 추구한다. 클래식 콘서트홀은 공연장 자체를 거대한 울림통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콘서트홀의 설계가 음향을 결정한다. 외형의 건축보다 내부 구조가 더욱 중요하다. 나무 악기의 음향 그대로 청중에게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선 충분한 적막과 적절한 잔향, 입체적 공간감 등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서울시향의 경우,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이틀에 걸쳐 연주하곤 한다. 이때 콘서트홀은 오케스트라 제2의 악기로 기능한다. 청중들은 자신의 일정이나 동선뿐만 아니라 음향적 선호도를 고려해 공연을 선택할 수 있다. 부채꼴 건축양식인 예술의전당과 비니어드 스타일인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은 서로 다르게 울려 퍼진다. 그러므로 청중들은 어떤 공연장의 소리가 더 마음에 드는지 비교우위를 논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은 객석이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부채꼴 방사형이다. 가장 기본적 건축양식인 구두상자형 콘서트홀에 비하면 더욱 많은 청중을 수용할 수 있고, 어느 객석에서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사석이 발생하지 않는다. 무대에 오른 연주자는 방사형으로 퍼지는 음향 덕택에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롯데콘서트홀보다 밝고 명료한 음향이 특징적이다. 고음역의 음색이 뚜렷하게 들리고 잔향도 뭉개지지 않아 건조한 편이다.
롯데콘서트홀은 경사진 객석이 무대를 에워싼 비니어드(Vineyard, 포도밭) 건축양식이다.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져 연주자 입장에선 청중과 원활히 소통하며 친밀감을 형성하기 수월하다.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음향 차가 현저한 부채꼴 방사형에 비하면 어떤 객석에서도 고른 음향을 향유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예술의전당보다 저음역과 잔향이 풍성히 들려 음악의 온기가 한층 높은 편이다.
콘서트홀에서 최적의 음향으로 나무악기의 자연스런 울림을 만끽해 보자. 사람들은 개인으로 콘서트홀에 입장하지만 이내 청중이란 집단으로 결속되기 마련이다. 에어팟을 귀에 꼽은 채 인공의 음향을 나홀로 감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밀폐된 시공간에서 멈춤이나 반복 없이 매 순간 새로 태어나는 실연의 생명력은 콘서트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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