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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지한파 확대에 소홀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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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문도 안 보나?"
최근 워싱턴을 다녀온 한 한국 인사의 불평이다. 한국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한 워싱턴 싱크탱크 한국 전문가와 만났는데, 이 사람이 한국 사정을 잘 모르더라는 것이었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 얘기가 겉돌아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으로 그가 실제 상황과 반대되는 얘기를 하면서 '감'이 잡히더란다. 속으로 '이 사람 한국 전문가 맞아?' 하면서 힘이 쭉 빠지더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워싱턴 싱크탱크에서의 한반도 관련 정책분석 수준이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기대치와 너무 달라 당혹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 미국인 전문가가 하필 한국계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 그 이유 중에는 그 전문가의 한국어 실력이 단단하지 못한 것도 원인 제공을 한 듯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미국인을 만날 때 상대방이 한국계라는 것을 알면 그가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인 교포 출신으로 워싱턴 정책 서클에 일하는 젊은 세대 인물 중에서는 한국어가 유창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1970~1980년대 미국에 가 정착한 후 미국 정부나 싱크탱크에 근무하는 한인들은 한국어가 유창하지만, 요즘 미국 소장파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우가 많고, 언어 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한국 핏줄'이라고 다 한국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도 아쉬운 쪽이 되는 것은 한국이다. 그 미국인 전문가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것은 본인의 노력 부족이겠지만 그 피해는 한국이 지는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그가 미 정부에 자문을 하는 역할로 그의 잘못된 이해가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장 중요한 우방인 미국에 차세대 한반도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워싱턴에 한국어 못하는 한국 전문가'가 생긴 데 일조했다. 다행인 것은 한국 정부가 근년 들어 차세대 한국 전문가 양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인데 여전히 중국, 일본에 비해 교육 및 훈련의 부족함을 드러낸다. 특히 언어 훈련은 많이 부족하다. 언어는 한 국가의 문화와 사회 이해의 입문이다.
비교의 시각에서 볼 때도, 미국 내 중국·일본 전문가들의 언어 능력은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의 한국어 실력보다 훨씬 우수하다. 그만큼 언어 훈련이 단단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중국 전문가 양성을 위해 고급 중국어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는 'IUP'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하기도 전인 1963년부터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미 국무부에서 중국 담당 외교관, 중국 주재 미국 특파원들도 이 프로그램을 많이 거쳐갔다. 과정이 무척 고되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쟁쟁한 중국통들을 배출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 연구자 양성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일반 대학의 언어 프로그램이나 '언어학당'과 조금 성격이 다르다. 한국도 한미 정부 간의 협력을 통해 고급 정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언어 훈련 프로그램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어를 못하는 한국 전문가' 논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어를 못하더라도 한국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엉뚱한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상황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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