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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두려운 소나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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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겨울은 갈 듯 말 듯, 봄은 올 듯 말 듯. 요즘이 딱 그런 계절입니다. 빛깔은 한숨 죽었지만 지난겨울을 잘 견뎌내며 여전히 푸르른 상록수들이 대견하기도 한 때입니다. 수목원을 산책하노라면 봄꽃을 보려고 지난해 심어놓은 알뿌리들이 땅을 들썩이며 올라오는지, 나뭇가지에 꽃눈들은 부풀어 오는지 눈여겨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상록침엽수 중에서 소나무는 봄이 두렵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확산일로에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입니다. 감염되면 베어내지 않고는 방법이 찾아지지 않는 이 무서운 병은 예전에도 두 차례 큰 고비를 넘겼지만, 팬데믹 시대에 적극적 대응이 어려운 틈을 타서 크게 번져 현재 심각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빨리 오는 봄 때문에 이 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의 활동은 빨라지고, 방제예산과 인력은 부족하니 산림당국이나 지자체는 걱정이 큽니다.
산불도 걱정입니다. 예전엔 눈이 녹고 건조한 시기에 나던 산불이 이제 겨우내 마른 산에 자주, 빨리 발생하며, 이때 소나무들은 더 빨리, 더 많이 희생됩니다. 사실 이런 재난이 아니어도 소나무는 천이 과정에서 참나무 등에 밀리고 기후변화에도 취약하여 자연 도태의 길을 가고 있는 힘든 처지입니다.
더 큰 걱정은 이런 힘든 여건 때문에 소나무를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입니다. 매우 일부이지만 소나무재선충병, 혹은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마음속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소나무를 지울 수 있을까요? 우리 국민 누구나 가장 좋아한다는 소나무, 세계 분포의 중심이 우리나라이며, 고달픈 시기 먹거리에서 향기로운 송이까지, 서민들의 생활에서 궁궐의 기둥까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관에는 어김없이 배경처럼 혹은 주인공이 되어 김정희의 세한도와 까치가 날아든 솔의 그림 등 수많은 그림과 시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우리의 나무. 소나무.
한 면으로 좋다 나쁘다를 가르는 획일적인 경솔함보다는, 생태적 가치, 경제적 가치, 문화적 가치, 역사적 가치 등을 헤아려 소나무들과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려는 진정성과 지혜로움이 필요한 때입니다. 부디 이 봄에 이 땅의 소나무들이 재선충병 등등에서 한숨 돌리며 찬찬히 적응하며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이 땅의 소나무들에게, 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애정 어린 격려와 적극적인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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