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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톡톡 터트리는 '봄동'

입력
2024.03.07 04:30
27면

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새콤달콤한 봄동 겉절이. 입에 넣는 순간 봄이 톡톡 터진다.

새콤달콤한 봄동 겉절이. 입에 넣는 순간 봄이 톡톡 터진다.


[봄똥]이라 말하고 봄동으로 써야 한다. 겨울과 봄이 부둥켜안은 이맘때, 꽃보다 고운 자태로 혀끝을 유혹하는 나물이다. 생김새만 고우랴. 비타민, 칼슘 등 몸에 좋은 건 다 품고 있다. 누군가는 봄을 마중하기에 봄동만 한 것이 없다고 치켜세운다. 납작해서 ‘떡배추’라고도 불리는 봄동은 전라도 진도 해남 완도 등지에서 초록에 싸인 노란 속살을 풀어헤치며 빠르게 봄기운을 퍼트리고 있다.

먹어 본 사람은 안다. 봄동이 얼마나 고소하고 달곰하고 향기로운지. 된장 풀어 국으로 끓여 먹고, 생으로 쌈 싸 먹고,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쳐 먹고, 밀가루를 얇게 묻혀 전으로도 부쳐 먹고…. 어떻게 먹든 입 안 가득 봄이 톡톡 터진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오장육부에 활기를 불어넣기 충분한 채소다.

봄동은 간간해야 제맛이 난다. 간간하다는 입맛이 당기게 약간 짠맛을 뜻한다. 기분 좋을 정도의 짠맛을 표현하는 우리말은 더 있다. 짭짤하다, 짭짜래하다, 짭짜름하다, 짭조름하다…. 이보다 조금 더 짠 듯하지만 입맛에 맞을 땐 간간짭짤하다고 해도 좋다.

음식이 맛없이 짤 땐 ‘간간하다’에서 모음만 바꾼 ‘건건하다’라고 하면 된다. ‘찝찌레하다’, ‘찝찌름하다’, ‘짐짐하다’ 역시 맛은 없는데 조금 짤 때 쓸 수 있다. 맛없는 표현들은 글자도, 소리도 맛이 없게 느껴진다. 말맛이 독특해 시골말 같지만 모두 표준어다. 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싱거울 땐 ‘밍밍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진진하다’는 입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아주 맛있을 때 어울린다. 맛에도 서열이 있다. 건건하다→간간하다→진진하다. 이 순서를 알아두면 밥상에서 맛 표현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게다.

봄의 들녘과 산 길섶은 언제나 푸지다. 햇살 한 자락과 바람 한줄기에 쑥 냉이 달래 등 나물이 쑥쑥 자라 밥상을 가득 채운다. 봄기운에 구전민요 ‘나물타령’이 절로 나온다. “한푼 두푼 돈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어영 꾸부렁 활나물/ 동동 말아 고비나물/ 줄까 말까 달래나물/ 칭칭 감아 감돌레/ 집어 뜯어 꽃다지/ 쑥쑥 뽑아 나생이/ 사흘 굶어 말랭이/ 안주나보게 도라지/ 시집살이 씀바귀/ 입 맞추어 쪽나물/ 잔칫집에 취나물(하략)”

‘봄+동(冬)’이라고 누가 이름을 지었을까. 치우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일 게다. 계절을 두부 자르듯 한순간에 나눌 순 없는 법. 눈 속에 파묻힌 봄동을 뽑아 눈을 탈탈 털어 내는 누군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봄 향기가 폴폴 난다.





노경아 교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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