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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후보자들에게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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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사진 퀄리티가 너무 차이 나는데 어떻게 하죠?" 며칠 전 정치부 후배가 자리로 찾아왔다.
이번 4·10 총선 격전지에 출마한 여야 후보의 인터뷰 기사에 사용할 사진의 퀄리티가 차이가 나서 오해나 항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두 후보를 각각 다른 기자가 촬영했는데 한 후보는 조명이 제대로 갖춰져 인물이 부각된 반면 상대 후보는 기본 조명만으로 촬영돼 상대적으로 배경에 인물이 묻혀 밋밋하게 보였다. 마감이 코앞이라 재촬영할 시간이 없어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지는 사진의 밝기 정도만 조정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고 급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정신없이 마감한 후 잠시 숨을 돌리고 있자니 2000년 16대 총선 선거유세 취재 때 겪은 몇 가지 악몽이 떠올랐다. 당시 격전지 선거유세 중 벌어지는 대결 구도의 콘셉트 사진취재였는데 어깨띠를 두르고 유세를 펼치는 양당 후보를 좌우로 배치하다 보니 사진상 한쪽 후보의 기호는 선명하게 보인 반면 다른 후보의 기호는 선거운동원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마감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건만 다음 날 아침 사진에서 기호가 보이지 않았던 후보 측에서 난리가 났다. 후보 측은 공정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화기 너머로 폭언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그 후 그 후보는 아쉽게 선거에서 낙선했고 항의와 원망, 그리고 폭언은 얼마간 더 이어졌다.
또 다른 격전지에서는 양당 후보가 합동유세장에서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 있었다. 광각렌즈로 촬영한 탓에 한쪽 후보는 크게, 다른 후보는 작게 사진에 담겼다. 이후 상황은 위에서 당했던 봉변과 다를 바 없어 생략하기로 한다.
몇몇 통신사는 선거철이면 격전지 후보들의 사진 발행 개수도 비슷하게 출고한다고 한다.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사진의 양으로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전까지 받았을 수난의 시간들이 눈앞에 선하다.
악몽 같았던 첫 선거 취재를 마치고 나는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하며 몇 번의 총선과 대선을 더 경험했다. 현장은 항상 변화무쌍해 선거에 나선 후보자 모두에게 공평한 상황을 보장해 주지 않았다. 뛰어난 미디어전략가의 연출이나 지역 유권자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대, 당의 동원력 등 상황에 따라 유세장 분위기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해 기계적인 균형을 유지하려 애썼다.
며칠 전 인터뷰 사진을 계기로 부원들에게 공지를 띄웠다. 총선 기간 동안 대결 구도의 상황이 발생하면 균형감 있게 취재하자는 내용이다. 이와 비슷한 공지를 이번 총선을 준비하는 후보자들에게도 전하려 한다.
[공지] 안녕하십니까. 한국일보 멀티미디어부장입니다.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으신 여야의 각 지역 후보자들에게 알립니다. 본보 사진기자들은 이번 총선 기간뿐만 아니라 여러 정치, 사회적 상황 속에서 균형 있는 사진 보도를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기치 못하게 칼럼에서 언급한 몇 가지 에피소드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물리적 균형'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현장을 지키며 역사를 정확히 기록해야 하는 사진기자의 사명감도 절대 잊지 않고 취재에 임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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