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테러 피의자 4명, 일단 '2개월 구금'... 최대 종신형 가능성

러 법원 "5월 22일까지 공판 전 구금" 명령
법정서 3명 혐의 인정... 일각선 '고문 의혹'
현장서 무기 다량 발견... IS, 테러 영상 공개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사건의 용의자인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왼쪽)가 24일 모스크바 지방법원에 출석해 앉아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총격·방화 테러 사건 피의자 4명의 신원이 24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의 19~32세 남성으로, 러시아 법원은 일단 이들에 대해 2개월간 구금 명령을 내렸다.

타지키스탄 국적... "이발소·공장서 일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스마지 지방법원은 이날 집단 테러 혐의로 체포된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와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샴시딘 파리두니(25),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에 대해 “5월 22일까지 공판 전 구금을 처분한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미르조예르, 라차발리조다, 파이조프 등 3명은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유죄 판결 시 이들은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피의자 4명의 국적은 모두 타지키스탄인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조프는 자신이 타지키스탄인이며 모스크바 근교 이바노보의 한 이발소에서 일했다고 진술했다. 파리두니도 스스로를 타지키스탄인이라고 밝히며 “모스크바 인근 포돌스크 세공 공장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심문 과정에서 고문을 가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AP는 “(파이조프를 제외한) 피의자 3명은 심한 멍으로 얼굴이 부어 있었다”며 고문 의혹을 제기한 러시아 언론 보도가 있다고 전했다. 파이조프는 휠체어에 탄 채 법정에 출석했고, 심문 내내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로커스 시청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날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난입한 무장 괴한들의 총격 및 방화 테러 공격으로 24일 오후까지 총 13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스크바=AP 뉴시스

IS "기독교인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공격"

지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의 희생자는 현재까지 13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이 꾸린 조사위원회는 24일 오후 기준 사망자 수가 이같이 집계됐다며 “공연장에서 무기와 다량의 탄약이 발견됐다. AK 돌격소총 2정과 탄약 4세트, 탄약이 담긴 통 500개 이상, 탄창 28개가 나왔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보건 당국은 부상자가 최소 180명이고, 이 중 14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발표했다.

테러 배후를 자처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이날 공격 당시의 영상을 공개했다. IS 선전매체인 아마크가 게시한 90초 분량 현장 영상에는 ‘독점 영상: 기독교인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공격’이라는 아랍어 자막이 입혀 있는데, 영상 속에서 한 용의자는 이미 많은 시신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공연장 복도를 향해 돌격 소총을 쐈다고 독일 dpa통신은 보도했다. 용의자 음성은 변조 처리돼 있었으며, 한 명이 “자비 없이 죽여라. 우리는 신의 대의를 위해 왔다”고 말하는 자막도 나온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