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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누리는 보약, 바지락 영양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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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따듯해지는 2월부터 4월까지는 바지락이 제철이다. 바지락은 쉴 새 없이 갯벌의 흙을 들이고 뱉으며 자신을 키운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행위지만, 그 안에서 진하고 깊은 맛이 생긴다. 바지락을 비롯한 조개류에는 타우린 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자양강장제 원료로 피로해소 효과가 탁월하고, 요리의 감칠맛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우리가 ‘입에 착 붙는 맛’이라고 표현하는 그 맛이다. 속이 영근 바지락을 잘 해감해 매운 고추와 파만 살짝 넣어 맑은 탕으로 끓여내면 속이 풀어지는 깊은 맛이 난다. 별다른 재료 없이도 바지락 한 주먹만 있으면 요리의 맛에 깊이가 더해지니, 이 시기에 누릴 수 있는 천연 조미료인 셈이다.
우리 조상들도 조개류를 탕으로 즐겨 먹었다. ‘음식디미방’ 기록을 살펴보면 조개를 껍질째 맹물에 삶는데, 이때 국물까지 함께 사용한다고 적혀있다. 이 조개탕을 ‘와각탕(蝸角湯)'이라 불렀다. 이 외에도 회, 구이, 전골, 찜, 찌개 등 다양한 조리법이 나오지만 대체로 가열한 요리법이 주를 이룬다.
제철을 맞은 바지락을 넣고 끓인 죽은 보약이 따로 없다. 먼저 바지락은 물에 삶아 건져내고 육수는 따로 보관한다. 냄비에 잘게 다진 당근, 애호박, 표고버섯, 쌀을 넣고 볶다가 바지락 육수를 넣고 눌어붙지 않게 잘 섞어준다. 표고버섯 불린 물을 함께 넣으면 맛이 더 깊어진다. 쌀이 퍼지면 바지락 살을 넣고 소금 또는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고소한 김 가루나 통깨를 뿌리면 입맛을 잃어버렸을 때도 술술 넘어가는 영양죽이 완성된다. 냉이 같은 봄나물을 마지막 순서에 추가하면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요즘은 죽이 환자를 위한 최고 영양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 죽은 과거 곡물이 부족하던 시절에 밥 대신 먹던 구황식품이었다. 재료를 적게 넣어도 양이 불어나니 많은 사람의 허기를 채우는 데 이만큼 기특한 음식도 없었다. 이후 조선시대부터 죽은 보편적 일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거리엔 죽을 파는 상인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는데,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서울 시녀들이 죽 파는 소리가 개 부르는 듯하다”라는 기록이 나와 있다. 죽이 돈을 지불하고 사 먹는 음식으로 신분 상승을 한 것이다. 조선시대 백성들은 아침밥 대신에 죽을 먹곤 했다.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따르면 “매일 아침에 죽 한 사발을 먹으면 위장에 좋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도 바지락이 제철인 이 시기에 부드러운 영양죽으로 아침을 건강하게 깨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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