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신촌', 이재명은 '대전'... 조국은 일정 바꿔 尹과 같은 장소서

尹, PK 지역 행사 참석 이유로 부산서 투표
李, 카이스트 학생들과 R&D 예산 삭감 비판
韓, 이대 인근 투표장서 '이대 성상납 발언' 겨냥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각각 서울과 인천에서 주말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일제히 투표를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에서 표심을 최대로 끌어내고, 이 기세를 본투표까지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 부산서 사전투표...한동훈 '이대' 이재명 '카이스트' 맞불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경남 창원 진해구에서 열린 '부산항 신항 7부두' 개장식 참석을 앞두고 부산에서 투표를 한 것이다. 최근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는 이날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별도로 투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년 전 대선 때도 유세차 방문한 부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부산= 뉴스1

한 위원장과 이 위원장은 각각 서울 신촌과 대전을 사전투표 장소로 골랐다. 상대 당의 '약점'을 겨냥한 것이다. 먼저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근처의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이대생 성상납'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준혁(경기 수원정) 민주당 후보를 염두에 둔 행보였다. 실제 그는 이날 투표 직후 "(김 후보는) 역대급 혐오 후보"라며 "민주당은 최악의 혐오 후보, 사기 후보를 끝까지 비호하면서 판세에 영향이 없다는 말을 했다"며 "국민들이 착각이고 오만임을 알려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들은 접전이 예상되는 경기 수원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이 위원장은 대전 중구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학생들과 함께 투표를 했다. 윤 대통령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비판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입틀막 사건'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또 정부 정책의 무지함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 이 위원장이 이날 모두 대학 인근의 투표소를 고른 것은 상대 당 비판과 함께 부동층이 가장 두꺼운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과 '같은 장소' 택한 조국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사전투표 장소로 윤 대통령과 '같은 곳'을 택하면서 '정부 심판론'에 집중했다. 그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이 사전투표를 했던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복복지센터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당초 6일 부산 동구 초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돌연 장소와 날짜를 변경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이날 자신들이 출마한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 동탄동과 광주 광산구 첨단동에 위치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오후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명지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부산=뉴스1

尹·韓·李·曺, 배우자 없이 '나홀로 투표'

이날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 위원장과 이 위원장, 조 대표 모두 배우자 없이 '나홀로 투표' 했다. 통상 대선·총선 때 대통령이나 여야 대표와 같은 주요 정치인들 부부가 함께 투표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배우자 리스크'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 부인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이고, 이 위원장 배우자 김혜경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다. 한 위원장의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는 자녀 논문 관련 의혹으로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자녀 입시 비리'로 징역형을 받아 복역 중이던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9월 가석방됐다.

아울러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진표 국회의장도 사전투표를 마쳤다. 한 총리는 부인 최아영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서 투표했고, 김 의장은 국회 인근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민센터에서 투표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