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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한 마리=2만 원' 시대...먹거리·생활 물가, 고환율 등에 업고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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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역대 네 번째로 1,400원을 웃돌자 가공식품 물가도 출렁일 조짐이다. 주요 원재료를 해외에 기대고 있는 식품 회사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高)환율로 유가가 오르는데 먹거리 가격 인상까지 덮칠 경우 고물가 충격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17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7원 내린 1,386.8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충돌하며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전날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었다. 당국의 구두 개입 등으로 이날 환율이 다소 내려갔지만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오르는 환율은 1월에 2%대로 진입했다가 2월 3.1%로 다시 상승세인 물가에 특히 악재다. 3%대 물가를 주도하는 사과·배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여전히 비싼 데다 휘발유·경유, 가공식품까지 추가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최근 굽네치킨, 파파이스 등이 높인 제품 가격, 쿠팡 와우 회원비를 두고 식품·유통가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 회사를 보면 환율 상승은 가장 피하고 싶은 변수다. 고환율 때 오히려 이득을 얻는 자동차 등 수출 중심 기업과 반대로 내수 위주인 식품 회사는 비용 증가를 수출로 만회하기도 쉽지 않다.
식품업계 선두인 CJ제일제당의 경우 환율 상승은 밀가루, 식용유, 설탕 등 주요 제품 생산 비용을 높인다. 밀가루, 식용유, 설탕 원재료인 원맥, 대두, 원당 수입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이 쓴 원맥, 대두, 원당 구매비는 각각 3,313억 원, 1조1,430억 원, 8,558억 원이었다. 고환율에 따른 유가 인상으로 운송비가 늘어나는 점 역시 부담이다. 밀가루와 팜유 등을 주재료로 하는 라면, 수입산 원두·카카오를 재가공한 커피·초콜릿, 블록형 치즈를 해외에서 사 만든 슬라이스 치즈 등 많은 식품이 '수입 비용 증가→생산 비용 확대' 식으로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8,093억 원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한 삼양식품처럼 수출 비중이 큰 식품 회사다. 같은 달러라도 환전 시 원화 금액을 키우는 고환율은 삼양식품에 반갑다. 삼양식품은 전 세계적 인기 제품인 불닭볶음면 등을 100여 개 나라에 수출하면서 모두 달러로 거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라면 선적 시점에 매출로 잡히는 달러를 환율이 높을 때 원화로 바꾸면 이익"이라며 "다만 강달러는 수입국 라면 가격도 올려 소비 감소와 매출 하락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식품 회사들은 고환율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쁘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MI) 룸'을 통해 최적의 원재료 구입 시기를 찾고 있다. 원재료 시세와 환율 등을 따져 가격이 내려갔다고 판단하면 바로 현물 거래를 하고, 더 오를 것 같으면 선물 거래를 진행하는 식이다.
유통 기업도 마찬가지다. 수입산 신선·가공식품을 취급하는 이마트는 돼지고기 수입처를 미국에서 유럽으로 바꾸고 달러화 대신 유로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환율이 1,400원을 넘었을 때도 호주 달러로 호주산 오렌지를 사 비용을 줄였다.
중동 정세 악화로 고환율이 길어지면 물가를 자극하기 쉬워 더 큰 문제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안 그래도 고물가 시기 동안 정부 압박 때문에 가격 올리는 걸 자제했다고 아우성인 기업들에 제품 가격 인상의 빗장을 풀어줄 명분을 주기 때문이다.
벌써 굽네치킨, 파파이스처럼 인건비, 전기·수도 등 관리비 상승을 이유로 한 가격 인상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4개 편의점 회사들도 5월 1일 볼펜, 생리대, 가공란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원재료 재고가 있고 정부 눈치도 봐야 해 당장 소비자 가격을 높이긴 쉽지 않다"면서도 "고환율 현상이 이어진다면 제품 가격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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