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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살리고 의회는 죽이고… 애리조나 ‘임신중지 금지법’ 알력 왜?

입력
2024.04.25 16:40
수정
2024.04.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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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년 전 제정, 강간도 예외 없어
비판론 의식 공화 일부 폐지 찬성

미국의 임신중지권 지지자들이 17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주 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피닉스=AP 연합뉴스

미국의 임신중지권 지지자들이 17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주 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피닉스=AP 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주(州) 대법원과 의회가 임신중지(낙태) 금지법 존폐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애리조나 하원은 24일(현지시간) 부활을 앞둔 임신중지 전면 금지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표결로 가결 처리했다. 찬성이 32표, 반대가 28표였는데, 다수당인 공화당에서 의원 3명이 이탈해 민주당 의원 29명과 협조한 결과다.

애리조나 임신중지 금지법은 160년 전인 1864년 제정됐다. 이 법을 적용하면 산모 생명이 위태롭지 않은 한 어떤 경우에도 임신중지는 범죄다.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법은 연방 차원에서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줄곧 사문화 상태였다. 그러던 터에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이 49년 만에 판결을 폐기하며 임신중지 위법 판단을 각 주에 맡겼고, 지난 9일 근 2년 만에 애리조나 대법원이 1864년 주법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여론은 비판이 우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이 잔인한 금지법은 여성이 투표권을 갖기 훨씬 전인 1864년에 처음 제정됐다”며 “이번 판결은 여성의 자유를 빼앗으려는 공화당 선출직 공직자들의 극단적인 의제가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 ‘판결이 너무 멀리 갔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정도였다.

애리조나는 11월 미국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864년 임신중지 금지법 부활이 여론에 민감하고 선거 패배를 걱정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공황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상원은 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이르면 다음 달 1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공화당 의원 2명이 민주당에 가세해야 하지만 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홉스 주지사는 폐지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폐지법이 발효하면 2022년 제정돼 시행 중인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 금지법이 유지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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