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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휴전 협상 '진전'… 미국, 이스라엘·하마스 동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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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짧은 휴전 뒤 답보 상태였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모처럼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과 '영구 휴전'을 목표로 논의가 한창이다. 전쟁 발발 이후 7번째 중동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양측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조율에 나섰다.
서방에선 이번 협상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진격을 막을 마지막 기회로 여겨 왔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라파 공격은 감행하겠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하마스 대표단은 이스라엘이 제안한 휴전협상안에 대해 논의한 후 서면 답변을 마련해 오겠다며 이날 이집트 카이로의 협상장을 떠났다.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의 결단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 고위 관리는 "(협상안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이스라엘에 새로운 장애물이 없다면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30일 익명의 이스라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위해 사절단을 카이로에 (다시) 보낼지 결정하기 위해 5월 1일 밤까지 하마스 측 응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한 발짝 물러나면서 협상 타결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협상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외신을 종합하면 하마스가 인질 33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40일간 휴전에 들어간 뒤 '지속가능한 평온'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이스라엘 입장으로 알려졌다. 당초 석방을 요구한 인질 수를 40명에서 33명으로 낮춰 잡고, 하마스가 줄곧 요구해온 사실상의 영구 휴전안을 수용한 것이다. CNN은 "이번 협상은 전쟁 종식을 향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휴전 성사를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엄청나게 관대한 제안을 했다"며 "이 순간 가자지구 주민들과 휴전 사이에 있는 건 하마스뿐이다. 하마스가 조속히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1일 이스라엘을 찾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자국 내 반발과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에 따른 국제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조만간 네타냐후 총리 등에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 상태다. 이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ICC는 이번 사안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이스라엘 지원사격에 나섰다. 주요 7개국(G7)도 휴전 협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영장 발부를 미뤄줄 것을 ICC에 요청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도 미국이 꺼내든 강력한 카드 중 하나다. '휴전만 하면 이스라엘에는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이, 팔레스타인에는 독립 국가 건설이 주어진다'는 게 미국이 보낸 메시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는 피란민 140만 명이 몰려 있는 라파에 진격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도 이번 협상 결과에 달렸다고 봤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30일 "(휴전) 협상이 타결되든 안 되든 우리는 라파에 진격해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질 가족 중 휴전 협상에 반대하는 이들을 만나,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전에 우리가 전쟁을 끝낸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라파에 들어가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극우파를 중심으로 전쟁을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지난 28일 "(네타냐후 총리가) 백기를 들고, 라파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취소한다면 당신이 이끄는 정부는 더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타마르 벤-그리브 국가안보장관도 연정 지지 철회 의사를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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