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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전락 '거북선' 잊었나?… 이순신 원조 둘러싼
과열 경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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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들이 '이 충무공 원조'를 주장하며 과열 경쟁을 벌여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이 충무공과 연관이 있는 경남 통영시와 전남 여수시, 충남 아산시가 서로 '삼도수군통제영'을 관광상품화하기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는 게 대표적이다.
강문성 전남도의원(여수)은 지난달 24일 전남도의회 임시회에서 "최초 삼도수군통제영은 전남 여수"라며 경남 통영 등의 '이순신 사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강 의원은 이날 "임진왜란 당시 3도의 수군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통제·지휘하기 위해 조정에서는 1593년 ‘삼도수군통제사’라는 직책을 새로이 마련해 전라좌수사인 이순신 장군에게 겸직하도록 했다"며 "이로써 전라좌수영 여수는 최초 삼도수군통제사의 본영이 되었고, 임진왜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초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명칭을 본영(本營)이 아닌 행영(行營: 나가서 주둔하던 임시 진영)에 불과했던 다른 지역에서 박정희 정부 때 이순신 장군 성역화 사업으로 선점해 사용하고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경남 통영시에선 "삼도수군통제영은 통영시의 정체성이자 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일룡 통영시문화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형식적으로는 전라좌수사가 통제사 역할을 겸임했지만 실질적으로 전시 체제에서 3년 7개월간 삼도수군통제영 역할을 해왔던 것은 한산 진영(陣營)"이라며 "한산 진영 설립 이후 충무공이 여수를 다녀갔던 것은 연말연시 노모에게 문안 인사를 위해 방문한 3, 4번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통영은 변방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지만 삼도수군통제영(한산 진영)이 세워지고 임진왜란 중 해전의 중심 지역이 되면서 군사 도시로 성장해왔다"며 "통제영을 빼놓고 통영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충남 아산시도 가세했다. 아산시의회가 예산 1,500만 원을 전액 삭감하며 결국 취소됐지만, 최근 이순신 종합운동장에 '삼도수군통제영 현판식' 건립을 추진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아산시 관계자는 "아산은 이순신 장군의 고향으로 많은 기념사업을 해오고 있는 이순신의 도시"라며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산에는 이순신 장군의 얼과 정신이 있다는 취지에서 현판식 건립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각 지자체가 최근 '삼도수군통제영'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타 지자체에 '이순신 사업'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통영시는 올해 2월 문화동 통제영거리 잔디광장에 삼도수군통제영 역사관을 개관했다. 또 이 충무공유적지와 연계한 역사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사업비 137억 원을 투입, 통제영거리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남 여수시 역시 최근 전라좌수영 성터거리 복원 사업 등 비슷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충무공을 내세운 지역축제는 더 많다. 충남 아산에서는 지난달 24~28일 18억 원을 들여 '성웅 이순신 축제'를 개최했고, 여수에서는 3일부터 6일까지 8억 원을 들인 '거북선축제'를 연다. 통영에선 오는 8월 '통영한산대첩죽제'가 열린다. 이순신을 테마로 한 축제는 전국적으로 10여 개에 달한다. 경남 창원시에선 이순신 동상, 전남 광양시에선 이순신 철상 건립을 각각 추진하다 중단되기도 했다.
특색 있는 콘텐츠 없이 서로 비슷한 내용 축제와 랜드마크로 지자체들이 벌이는 과열 경쟁은 2000년대 초 경쟁적으로 거북선을 건조하다 모두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던 사례를 연상케 한다. 박창규 한국관광연구학회장은 "서로 같은 형태의 축제와 콘텐츠가 반복된다면 결국 관광객들의 피로감과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순신과 관련된 여러 지자체가 공동으로 이순신 관광벨트를 조성하는 등 서로 협업해 각각의 특색을 살린다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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