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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 野 강행 처리... 하루 만에 다시 꺾인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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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순직 289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이라며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겠다"면서 표결에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죽음을 악용하는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전날 이태원특별법 처리에 합의하며 모처럼 조성된 협치 분위기가 다시 얼어붙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재석의원 168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범야권(민주당·정의당·조국혁신당)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국민의힘은 김웅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퇴장했다. 당초 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의사일정 변경 동의 요청을 막판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처리됐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20여 명은 법안이 가결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의장석을 향해 말없이 거수경례를 했다. 일부는 통곡했고, 일부는 눈물을 닦아내며 회의장을 떠났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원 사고와 관련해 대통령실, 국방부 등이 수사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는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반대해왔다. 또한 야권에서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고 특검이 수사상황을 브리핑하는 내용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외압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과거 법안 내용과 다르지 않아 독소조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검 필요성을 부각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법 수용을 촉구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법을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할까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고 집행될 수 있게 믿심을 받들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1에서 채 상병 특검법은 찬성 67%, 반대 19%로 나타났다.
반면 일격을 당한 국민의힘은 "협치 파괴"라고 규탄했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태원 특별법 처리로 협치의 희망을 드리고자 했던 노력에도 불구, 민주당이 입법폭주하게 됐다"며 "의회정치 복원을 기대한 국민들의 희망에 침 뱉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쏘아붙였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내비쳤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강행 처리는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나쁜 정치"라면서 "총선 민의와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로써 여야 강대강 대치 국면이 재연될 전망이다. 윤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남은 국회 일정에 대해서도 "기만하고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선 협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원내대표에게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협상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국민이 원하는 것에 따라서 국회가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채 상병 특검법과 함께 이태원특별법이 256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전날 여야가 서로 양보하며 협치의 성과물을 만들어낸 덕분이다. 법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조사위 구성이 골자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부의의 건도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달 말 추가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해 강행 처리도 불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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