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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총리 피격에 전 세계 '충격'… "정치 양극화 탓" 지적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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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총격을 당해 슬로바키아와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 폭력이 드문 국가에서 발생한 이례적 사건인 데다, 국가수반에 대한 암살 시도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슬로바키아 정치의 극단적 분열이 부른 참극이라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16일 슬로바키아 언론 프라브다, TA3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약 180㎞ 떨어진 한들로바에서 괴한에게 총격을 당해 병원에 이송된 피초 총리는 4시간에 걸친 수술 후 의식을 되찾았다. 토마시 타라바 부총리는 "현재 피초 총리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며, 결국 견뎌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초 총리는 2006년 총리 취임 후 2018년까지 세 차례 총리를 지냈고, 지난해 재집권했다.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피초 총리가 한들로바 문화원에서 정부 회의를 마친 뒤 건물 밖에 대기 중이던 시민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순간 군중 속 남성이 피초 총리를 향해 총을 쐈다. 피초 총리와는 펜스 하나만 사이에 두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피초 총리는 범인이 쏜 5발 가운데 3발을 복부와 가슴 등에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71세 남성 유라이 친툴라이며, 민간보안업체 근무 경력이 있는 작가라고 슬로바키아 언론들은 보도했다. 슬로바키아 국가범죄수사국은 그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슬로바키아 국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건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의회는 보안 등의 이유로 21일까지 휴회하기로 했다.
피초 총리에 대한 습격이 슬로바키아의 정치가 양극단으로 분열했기 때문이란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피초 총리 피격 소식이 전해지자, 의회 본회의장에선 피초 총리 소속 사회민주당(스메르) 측으로부터 "야당의 혐오가 이런 일을 만든 것"이라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가해자가 피초 총리에 대한 정치적 반감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다만 슬로바키아 정치가 최근 극단적 분열로 치달은 데는 피초 총리의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2018년 자신에 대한 부패 의혹을 추적하던 기자가 피살된 후 대규모 반대 시위로 물러났던 그는 지난해 반이민 정책을 내세워 재집권한 뒤 정치 보복에 나섰다. 언론을 탄압하고 성소수자·이민자 억압 정책까지 펴면서 반대파와의 분열은 극심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갈등을 완화하자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주자나 카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증오적 수사는 증오적 행위로 이어지니 상대를 적대시하는 독설을 중단하자"고 촉구했다.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도 "우리는 내전 직전"이라며 정치권과 언론, 대중에게 모두 증오 확산을 그만두자고 호소했다. 최대 야당인 '진보 슬로바키아' 당은 정부 규탄 집회를 잠정 중단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은 피초 총리의 회복을 기원하는 한편, 정부 수반을 향한 총격은 곧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사악한 폭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각각 "어떤 형태의 폭력도 표준이 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끔찍한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냈다. 슬로바키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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