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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찐 서포터' 전복순 할머니 "젊은 사람들과 응원하니 더 젊어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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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다시 일어납니다. 두고 보세요. 반드시 일어설 겁니다.”
올 시즌 프로축구에서는 수원 삼성 서포터가 단연 화제다. 최고 명문 구단으로 꼽히는 수원은 작년에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실망한 팬들이 등을 돌릴 법도 한데 수원은 반대다. 오히려 응원단이 더 많아졌다.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푸른색(수원의 상징색)으로 물들이는 수원 팬들 덕에 올해 2부 리그가 들썩이고 있다. 전복순 할머니도 그중 한 명이다. 76세의 나이에도 ‘N석(골대 뒤 응원석)’에서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응원가를 외치는 ‘찐 서포터’다. “수원 축구를 보는 게 삶의 낙”이라는 전 할머니를 지난 9일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서 만났다. 할머니의 응원 메이트(친구)를 자처하는 외손자 김태관(27)씨도 함께 자리했다.
전 할머니와 수원의 인연은 구단이 2001년 완공된 빅버드를 홈경기장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할머니 집이 빅버드 바로 옆 아파트 단지다. “응원 소리가 집에서 막 들리길래 언제 한번 축구장에 가봐야겠다 마음먹고 있었죠.”
본격적으로 팬이 된 건 외손자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다. 전 할머니는 김씨 부모 대신 외손자를 직접 키웠다. 어느 날 할머니와 손자는 빅버드 직관(직접 관전)을 하러 갔다가 매력에 푹 빠졌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수원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함께 응원을 다녔다. 2016년 수원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 일본 프로축구팀 감바 오사카와 경기할 땐 일본까지 날아갔다.
김씨가 2016년 군에 입대했을 땐 할머니 홀로 응원석을 지켰다. 그해 수원은 FA컵(현 코리아컵) 결승에서 피 말리는 승부 끝에 ‘라이벌’ FC서울을 승부차기에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할머니 기억에 가장 남는 경기 중 하나다.
“서울 골키퍼(유상훈)가 마지막에 찬 공이 붕 떠가지고… 그다음에 우리 골키커 양형모가 차는데 뜨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탁 들어간 거야.”
전 할머니는 수원 우승이 기뻐서 울고, 군대에 간 손자 생각이 나 슬퍼서 또 울었다.
그는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젊은 세대와 적극 소통한다. 경기 후엔 손주뻘 응원단에게 “고생했다”고 꼭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극적으로 이긴 날 경기장 밖에서 열리는, 서로 뛰고 춤추는 떠들썩한 응원 뒤풀이 참석도 마다 않는다. 전 할머니는 “어른이 젊은 사람들에게 맞춰주고 어른값을 해야 한다. ‘할머니 대접’이나 ‘어른 대접’ 받는 건 질색”이라면서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수원을 응원하고 나면 더 젊어지는 것 같아 오히려 내가 고맙다”며 미소 지었다. 김씨는 “우리 할머니는 나이답지 않게 정말 쿨하신 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수원 팬들에겐 악몽 같았던 작년 12월 2일. 강등이 확정된 안방 경기에서도 할머니는 질책보다 격려가 먼저였다. 옆에서 펑펑 우는 손자 등을 두드리며 “울지 마.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야”라며 “수원은 다시 일어선다. 두고 보라”고 했다. 수원 경기력이 부진해 홈 팬들이 비판할 때도 “우리보다 이 아이들(선수들)이 잘하고 싶은 마음은 더 클 것”이라며 “기죽이지 말고 더 응원해주자”고 독려했다. 올 시즌 수원은 팬들의 ‘바람몰이’에 힘입은 덕인지 4월에 치른 6경기에서 5승1무를 기록하며 선두에 올랐다. 전 할머니는 “우리 응원단 보며 선수들이 힘낸 것 아니겠느냐”며 뿌듯해했다. 이후 3연패하며 3위로 떨어졌지만 할머니는 “걱정 마라. 다음 경기 이기면 된다”며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수원 우승하는 거 저랑 꼭 같이 봐요.”
“오냐 그래. 자식보다 이쁜 우리 손주.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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