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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죄!

입력
2024.06.04 04:30
수정
2024.11.25 15:44
27면

미국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성추문 입막음 자금 마련을 위해 부정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뉴욕주 대법이 관련 혐의 34건 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자 입장 발표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성추문 입막음 자금 마련을 위해 부정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뉴욕주 대법이 관련 혐의 34건 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자 입장 발표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5월 30일 목요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형사사건으로 유죄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 의혹을 입막음하기 위해 2016년 대선 직전 돈을 줬는데, 이를 회삿돈으로 처리하면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죄를 받았더라도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이 되는 자격요건에는 문제가 없다. 둘째,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조 바이든에 앞서고 있다. 셋째, 항소할 것이 분명해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지체되면서 올해 대선 전에 감옥에 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거나 흥미로운 것들도 있다. 첫째, 이번 평결('verdict'라고 하며 최종선고는 아니다)은 12명의 배심원, 즉 일반인들이 유죄 또는 무죄를 먼저 판단한 것이다. 한국의 배심원제도와 달리 구속력이 있으며, 7월 11일 판사가 유죄에 대한 형량을 결정하면서 최종 확정된다.

둘째, 법률 전문가들의 예상과 조금 다른 결과였다. 회사의 회계서류를 조작한 것과 대선이 관련됐다는 것을 법률적으로 입증하기 힘들어, 중범죄로 유죄를 받기는 무리라는 견해가 많았다. 또 12명 배심원 중 단 1명이라도 무죄라고 투표하면, 유죄가 아닌 '평결불가(hung jury)'가 되어 트럼프에게 다소 유리했었다.

셋째, 이번 건은 지금까지 기소된 총 4건 중 트럼프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미국 국민들의 비율이 가장 낮은 경우였다. 백악관 문서 유출이나 대선불복 등은 국민의 47% 정도가 유죄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건은 35% 정도였다.

넷째, 플로리다를 포함한 48개 주에서는 중범죄자(felon)의 투표권을 박탈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올해 대선에서 투표를 못 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플로리다는 다른 주에서 중범죄 판결을 받으면 그 주의 투표권 제한조항을 적용하게 돼 있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뉴욕은 '진보' 색채 때문에 감옥에 수감돼 있는 경우만 특정해서 투표권을 박탈한다. 따라서 트럼프는 자신의 집이 있는 플로리다에서 투표를 할 수 있을 듯하다.

트럼프는 법원을 나오며 "진짜 평결은 11월 5일 국민들이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평결 후 하루 만에 3,480만 달러(약 470억 원)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이에 바이든은 "트럼프를 완전히 내려오게 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투표뿐이다"라고 대응했다.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국민들의 최종 판단에 미국 민주주의와 법치의 미래가 달려 있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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