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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구' 손잡고 '지구당'은 맞붙고... 與 잠룡들의 주도권 노린 '합종연횡'

입력
2024.06.03 18:30
수정
2024.06.04 07:3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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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주자들 각종 현안 주도권 두고 경쟁
당내 "야당에 뺏긴 시선 돌려놓는 효과"
"韓 '선택적 참전'으로 신뢰감 못 쌓아"

한동훈(왼쪽 사진부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뉴스1

한동훈(왼쪽 사진부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뉴스1

국민의힘 대권·당권 잠룡들이 최근 민감한 이슈를 둘러싼 '합종연횡'에 분주하다. △지구당 부활 △국민연금 개혁 △해외직구 제한 등 다양한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며 때론 공조하고, 때론 서로 공격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온갖 '특검'을 앞세워 야당이 굵직한 의제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여당의 강점인 민생 사안을 선점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7월 25일로 잠정 확정됐다.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으로 지목돼 2004년 폐지한 '지구당 부활' 문제가 불을 붙였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영역에서의 격차 해소"라며 지구당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쟁자들이 연달아 참전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구당 부활 법안을 발의했고, 공동발의자인 나경원·안철수 의원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힘을 실었다. 이들 모두 총선에서 낙선한 원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만큼, 이들의 표심을 잡고 '수도권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효과를 노렸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은 "또 다른 진입 장벽" 등을 이유로 지구당 부활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 전 위원장과 대척점에 선 것이다.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두고 다툴 가능성이 상당한 터라 일찌감치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주요 현안 관련 여당 잠룡들 입장. 신동준 기자

주요 현안 관련 여당 잠룡들 입장. 신동준 기자

지난달 '채 상병 특검법'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는 다시 편이 갈렸다.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지만 나 의원과 윤 의원, 홍 시장은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안에 따라 '뭉쳤다 흩어지는' 모습은 연금개혁안 논쟁에서도 반복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의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겠다"고 하자, 나 의원과 윤 의원은 "모수개혁이라도 하자"며 찬성 입장을 내놨다. 반면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구조개혁 없는 연금개혁은 개악"이라고 날을 세웠다.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를 두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 나 의원이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을 이유로 정부 방침을 비판하자 오 시장이 "안전과 기업 보호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맞불을 놓았다. 정부를 두둔하면서 '반윤'을 표방하고 있는 유 전 의원, 대통령실과 거리를 두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이들은 "중진으로서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오 시장), "무슨 억까(억지로 비난) 심보인가"(유 전 의원)라며 설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잠룡들의 '이슈 파이팅'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갈린다. 중량감 있는 여권 인사들이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활발히 내놓으면서 '정책 주도권'을 쥔 야당에서 여당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야당에 맞설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잠룡들의 '자기정치'에 소비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채 상병 특검법과 연금개혁 등 현안에는 침묵한 채 '선택적 참전' 중인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필요할 때만 나서고 정작 중요 현안에는 빠지는 '간보기'만 돋보인다"며 "자기 소신이 무엇인지 밝혀야 여권 주자로서 신뢰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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