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가 4년 전처럼 ‘반쪽 개원(開院)’으로 출발했다. 여야 원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첫 본회의가 어제 열렸지만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했다. 야당 몫 우원식 국회의장, 이학영 부의장만 선출됐고 여당 몫 부의장 선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도 같은 일이 있었는데 당시 여당이 야당으로 바뀌었을 뿐, 민의의 전당이 보여주는 '정치력'은 참담한 수준이다. 집권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개원하긴 헌정사상 처음이다.
시작부터 파행인 이유는 법사위·운영위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어느 쪽이 갖느냐로 대치 중인 탓이다. 민주당은 171명의 거대의석을 앞세워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둘 다 여당 몫이 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진척이 없으면 국회법대로 표결을 해서라도 7일 법정시한까지 원구성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제1당이 의장, 제2당은 법안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원장을 갖는 게 관행이었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은 여당 몫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정당한 법안 통과를 거부권 행사로 무력화하는 마당에 다수당 권한대로 맞서겠다는 취지다.
국민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22대 국회도 첫 단추부터 파행이니 이를 4년간 또 지켜봐야 하나. 유권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법사위를 갖겠다는 야당의 의도는 ‘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60일 이내’로 법안처리 시한을 둔 패스트트랙 제도마저 필요 없이 일사천리로 가겠다는 것이다. 총선 민심을 등에 업은 민주당의 사정에 일리가 있더라도, ‘수(數)의 정치’로는 제대로 된 의회가 될 수 없다. ‘승자독식’에 힘자랑만 있다면 책임 있는 제1당이라 할 수 없다. 다수결 원리와 함께 소수의견 존중 원칙도 고려해야 오만한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도 ‘식물국회’로 선방할 생각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국회 입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정부에 일침을 날린 우원식 국회의장은 균형을 잃지 말고, 여야가 양보와 타협으로 접점을 찾도록 이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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