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6개 안팎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고 윤 대통령 스스로 임기 중반 국정쇄신을 다짐할 계기가 돼야 할 일이다. 그런데 4·10 총선 참패 다음 날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당분간 유임된다니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총리 교체는 거센 ‘정권심판’ 민의가 확인되자 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화답’하는 카드였다. 국민에게 변화 의지를 드러낼 상징적·실질적 수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총선 뒤 두 달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박영선 전 장관 발탁설 등 온갖 난맥을 드러낸 뒤 흐지부지돼 지금은 손도 못 대는 것으로 비친다.
이번 개각 대상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이라고 한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후보로 친윤계 이용 전 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 출신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시민사회수석실 3비서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팀장을 맡았던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구속된 인물이라 국정쇄신과 거리가 먼 인사란 비판이 쏟아졌다.
실책을 인정하고 정치적 에너지를 되찾는 수단으로 인적 교체만큼 중요한 게 없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절실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개각을 국면돌파용으로 쓰지 않겠다고 얘기해왔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그럴 처지인지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총리 교체 후 호흡을 맞출 장관 인선을 단행하는 게 상식적이다. 거대야당의 동의 가능성이 문제라면 윤 대통령이 더 적극 움직여야 정상 아닌가. 지난 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국정지지도는 21%, 부정평가는 70%다. 7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 지역, 세대에서 부정평가가 더 많고, 18세~50대 지지율은 10%대다. 더 떨어지면 ‘심리적 탄핵’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지 않나. 국정운영 2인자인 총리 인선을 속히 진행해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신망이 두텁고 신선한 새 총리 후보를 발굴해 국민 마음을 열고, 불통과 독선의 국정운영에서 벗어났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그래야 국정동력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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