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유망 구조 7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탄화수소를 찾지 못한 것은 위험 요소다. 실제로 석유·가스 존재를 입증할 방법은 시추뿐이다.”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심해기술평가사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밝힌 조사 결과다. 석유·가스가 담겨 있을 만한 심해의 지층구조를 7개 찾아냈지만, 그 속에 있는지 또 얼마나 있는지는 뚫어보지 않는 한 확인할 수 없는 단계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수천억 원을 들여 시추를 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는 것이고, 1차 시추 결과가 나올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각 단계가 순탄하게 진행돼도 상업화까지 10년 이상 걸릴 영일만 유전 개발이 이제 겨우 첫발을 뗀 상황에서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이 우려된다. 이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면서 촉발된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 실패작인 부산 엑스포가 떠오른다”며 “십중팔구 실패할 사안”이라고 매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성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영일만 시추 후보 지형에 석유가 담겨 있을 확률은 20%다. 같은 구조 다섯 곳 중 한 곳에는 석유가 존재하는 확률이다. 이를 두고 7개 구조가 발견됐으니 적어도 한 곳 이상에 석유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품거나, 실패 확률이 80%나 된다고 실망하는 것은 해석의 영역이다. 정쟁이 뜨거워진 것 자체가 낯 뜨거운 행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브레우 고문을 비롯한 정부 담당자들이 직접 해명한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됐다. 대통령 발표 후 연일 주가가 치솟던 석유·유전 관련주들도 기자회견을 계기로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아직 모든 의문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석유공사와 함께 15년간 탐사한 호주 개발업체 우드사이드가 철수했는데, 1년 만에 같은 지역에서 유망 후보지를 7곳이나 발견할 만큼 액트지오의 기술이 우월한지 등은 더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쟁화를 자제하고, 전문 영역에서 차분히 검증하고 확인하며 논의를 이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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