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사건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관련 사례금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의 사건 조작을 주장하며 담당 검사들을 수사할 특검법까지 발의한 민주당 입장을 배격하는 결과이다. 아직 1심이긴 하지만 이 대표의 기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민주당은 특검 추진을 중단하고 정당성을 획득한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게 옳다.
수원지법은 어제 쌍방울 그룹과 대북송금 과정을 공모하고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높은 형량에서 알 수 있듯 법원은 이 사건을 ‘죄질 불량한 정경유착’으로 봤다. 재판부는 대북송금과 관련해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진술이 신빙성을 가진다”고 인정했다. 쌍방울이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와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을 북에 대신 지급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자주 바뀌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재판도 지연돼 2022년 10월 기소된 후 1년 8개월 만에야 첫 선고가 이뤄졌다. 지난해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송금과 방북 성사 추진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하면서, 이 대표의 공모 의혹이 정가를 강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검찰청에서 술판을 벌이고 회유와 조작을 당했다며 관련 진술을 다시 부인했고, 이에 따라 법원 판단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재판부는 “수사부터 재판까지 반성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번 판결이 소모적으로 치닫던 검찰과 야당의 대결 국면을 진정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민주당이 특검 추진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정작 국민들의 지지가 높은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의 동력까지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검찰은 이 대표의 공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는데, 엄중히 수사하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속하고 정밀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미 문어발식 야당 타깃 수사에 대한 국민적 피로가 높고, 검찰의 정치적 행위를 주시하는 눈이 많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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