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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명품 리조트공사장에 중금속 범벅 토사 오염

입력
2024.06.18 04:30

청도군 의뢰 전문기관 검사 결과
납 아연 카드뮴 비소 구리 니켈 등
유해중금속 기준치 100배 이상 검출
토양정밀조사 명령에도 모르쇠 일관
"보다 강력한 행정당국 조치 있어야"

청도군 풍각면 비슬레이크 공사 현장 오염토양 및 오염침전수 검사 결과표. 청도군 제공

청도군 풍각면 비슬레이크 공사 현장 오염토양 및 오염침전수 검사 결과표. 청도군 제공


경북 청도군 풍각면 한 타운하우스ᆞ리조트 건설 부지에서 환경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야산을 깎아 부지를 조성하다가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누군가 오염된 폐기물을 무단으로 매립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청도군 등에 따르면 풍각면 성곡리 리조트 조성 부지에서 채취한 토양에서 카드뮴 구리 비소 납 아연 등 중금속과 총유기탄소 등 오염물질이 기준치의 최대 100배 이상 검출됐다.

해당부지는 철가방극장으로 유명한 풍각면 성곡리 뒤편 야산 자락으로, 2016년부터 타운하우스와 호텔형펜션, 수영장 등을 갖춘 리조트를 짓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저조한 분양률 등으로 관리동과 타운하우스 몇 동의 골조공사와 일부 옹벽공사만 마쳤을 뿐 부지 조성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청도군이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 등에 의뢰해 실시한 토양 오염도 검사 결과 부지 내 일부 지점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토양 1㎏당 카드뮴 402.11㎎(기준치 1지역 4~2지역 10㎎), 구리 2,418.2㎎(150~500), 독극물인 비소 1,960㎎(25~50), 납 7,594㎎(200~400), 아연 3만8,420㎎(300~600), 니켈 781㎎(100-200), 불소 1만6,041㎎(400) 등이 검출됐다. 토양 중금속 기준은 용도에 따라 1~3지역으로 달리 적용되는데, 해당 지역은 대부분 기준치가 엄격한 1지역으로 돼 있다. 기준치를 100배 이상 넘는 중금속이 검출된 셈이다.

또 시료에선 총유기탄소나 총질소, 부유물질도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해당 토사가 공장이나 주유소 등의 오염지역에서 반입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5월 주민들이 악취가 난다고 민원을 제기한 뒤 7월 극한호우 직후 청도군의 현장 안전점검 과정에서 드러났다. 황토만 있어야 할 현장에서 온갖 오염물질로 범벅이 된 토사가 빗물에 씻겨 유출된 사실을 이상하게 여겨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오염토 반입 사실이 확인됐다.

정확한 오염토 반입량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주민들은 21톤 덤프트럭 수백 대 분량은 족히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주민은 “산을 깎아야 하는 곳이니 흙을 실은 트럭이 들어갈 일이 없어 보이는데 수시로 들어갔다”며 “비가 오기라도 하면 현장 인접 도랑에 악취를 내뿜는 검붉은 물줄기가 쏟아졌고, 군에 민원을 제기해도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고 성토했다.

청도군은 시료 검사 결과를 근거로 사업자 측에 ‘토양정밀조사 명령’을 처분하고, 오염침전수에 대해 경찰에 고발했지만, 지금까지 정밀조사나 오염토 정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자 측은 청도군의 행정처분을 이행하지 않다가 이행 종료시한이 다 된 지난 2월 법원에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시간 끌기 전략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풍각면을 지역구로 하는 박성곤 청도군의원은 “부지 조성 과정에 양질의 흙은 다른 데 팔고 돈을 받고 오염토를 반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장마철을 앞두고 청도군이 강력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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