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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겁주는 휴진 동참 못해" 이래야 진정한 의사

입력
2024.06.15 00:10
19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환자단체 간담회에서 한 환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환자단체 간담회에서 한 환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부터, 대한의사협회가 18일부터 집단 휴진을 결의한 가운데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들이 잇따라 주목된다. 치료 중단 시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전증 전문교수들로 구성된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14일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를 위기에 빠뜨려선 안 된다”며 집단 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앞서 전국 분만 병의원 140여 곳이 속한 대한분만병의원협회도 집단 휴진 대신 정상 진료 방침을 내놨다. 대한아동병원협회도 환자를 떠나거나 진료를 멈출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자 곁에서 생명을 지키고 직업 윤리와 책무를 다하기로 한 참의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의사 집단 휴진에 대한 사회적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집단 휴진으로 인한 진료변경 업무를 거부하며 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합은 “병원마다 무더기 진료 연기와 예약 취소 사태로 환자들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휴진에는 어떤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도 휴진을 멈춰 달라는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대자보가 게시됐다.

의협은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 총파업을 결정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넉 달째 해법을 못 찾자 후배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겐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집단 휴진의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가장 약자인 환자들을 볼모로 휴진을 강행하겠다는 건 의사이길 포기한 채 잇속만 챙기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전공의가 현장으로 돌아오게 설득해야 할 의사들이, 할 말도 참은 채 의료 공백을 견뎌온 환자까지 내팽개치겠다는 건 되돌릴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 단체들도 “제발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환자를 살려야 할 의사가 환자를 투쟁 수단이나 도구로 삼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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