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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좀 받아다 줘"… 스포츠·연예계 마약류 대리처방 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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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에게 수면제를 대신 처방받아 건네준 전·현직 야구 선수 등 29명이 대거 검찰에 넘겨졌다. 보건당국이 대리처방 가능 요건을 엄격히 한 지 4년이 지났지만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자낙스정 등 수면제,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오재원에게 전달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2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전·현직 야구선수가 13명인데, 현직 8명은 전원 두산베어스 소속이다. 오재원이 운영하던 야구 아카데미 수강생 학부모(1명), 전 두산베어스 트레이너(1명) 등도 포함됐다. 경찰은 이들이 오재원의 강압에 못 이겨 협조했는지 조사했으나, 수면제 등을 전달한 정황이 분명해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오재원에게 필로폰을 제공한 지인 이모씨와 유흥업소 종사자, 처방 없이 에토미데이트 앰플 수천 개와 프로포폴을 제공한 수도권의 한 병원장과 직원 등 6명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송치됐다. 에토미데이트는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전신마취제다. 오재원은 마약류 상습 투약과 수수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데, 경찰은 지난 3월 그를 검찰에 송치한 뒤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스포츠 스타와 유명 연예인들이 지인을 통해 마약류를 대신 처방받아 복용하는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배우 유아인(38·본명 엄홍식)에게 수면제를 불법 처방한 40대 의사 김모씨는 올해 5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벌금 2,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유아인 부탁을 받고 제3자인 4명 명의로 25회에 걸쳐 스틸녹스정·자낙스정을 대리 처방해주고 실제로 진찰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꾸몄다. 앞서 이달 4일에도 직원을 동원해 수면제 17정을 처방받은 권진영 후크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반복되는 문제에 2020년 의료법상 대리처방 가능 조건이 강화됐으나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현장 진단이다. 현행 의료법은 '대리처방은 약을 받는 이가 환자 또는 환자 배우자의 직계혈족이어야 하고, 환자 본인이 거동이 불가능한 상황 등에 놓여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리처방을 받는 사람이 실제 질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의료진을 의도적으로 속이기가 어렵지 않다. 또 유아인 사례처럼 애초부터 의료진과 결탁할 경우 적발은 더 힘들다. 경찰 관계자는 "대리처방하는 병원으로 의심돼도 개인을 특정한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압수수색 영장을 받는 게 까다롭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실시간 처방 시스템 도입 등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약퇴치연구소장인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환자가 받아 가면 이를 의사들이 전산 시스템 등에 바로 입력하는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다른 병원에서의 중복처방과 대리처방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경찰 출신인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 교수는 "경찰은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마약류 감시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등 기관 간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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