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식이 문서 위조" 주장한 전 연인, 무고 혐의 유죄

1심 "채무 피하려 허위 고소"

배우 백윤식. NEW 제공

"영화배우 백윤식(77)이 합의서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했다"며 고소했던 백씨의 전 여자친구가 무고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백우현 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곽모씨에게 22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곽씨는 자신이 부담하게 될 민사상 채무를 피하려고 거짓으로 고소했다는 점에서 범행 동기와 수단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서른 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백씨와 곽씨의 교제 소식은 2013년 알려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곽씨가 "백씨 아들에게 폭행당했다"고 폭로하며 결별을 시사했다. 백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 원대 민사소송을 걸었지만, 곽씨가 사과해 취하했다.

이후 곽씨가 2022년 그들의 열애 과정을 담은 에세이인 '알코올 생존자'를 펴내면서 갈등은 다시 불거졌다. 첫날밤, 과거 연애사 등 내밀한 사생활이 담긴 본문에서 백씨는 익명으로 기재됐으나, 온라인 사이트의 책 소개에 실명이 드러나 해당 일화가 백씨와 관련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에 백씨는 "소 취하 조건으로 과거 일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며 재차 소송을 걸고 합의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자 이번엔 곽씨가 "가짜 합의서를 만들고선 재판부에 냈다"며 백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문제의 합의서는 둘 사이에서 실제 작성된 것이 맞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었다. 곽씨는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고소 당시엔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변명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고소 경위를 보면 무고의 확정적 고의를 갖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물리쳤다.

곽씨가 백씨 앞으로 형사공탁을 한 것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수령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으므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지 않는다"며 "그간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지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