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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아픔 겪은 딸의 엄마, 학생들 치유 위한 갈등 중재 '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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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학기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 관내 중학교 성찰교실. 같은 학년 친구 5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부은 비방글과 대화방 '뒷담화'로 피해를 입은 A양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곳에서 만난 가해 학생 5명이 자신들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이제 그럴 일이 없을 거라는 약속과 함께 사과문을 남기고 나간 뒤였다. A양은 "힘들어서 운 게 아니에요. 친구들이 거짓 사과를 했을지라도 지금 행복해서 눈물이 나요"라고 털어놨다고 한다.
A양의 상처가 뒤늦게라도 아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건 학교폭력(학폭) 사건 가해·피해 학생들의 관계 회복을 위한 적극적 중재가 있어서 가능했다. 무엇보다 학부모가 중재역을 맡아 당사자 부모 동의를 얻어 직접 학교 현장을 찾아 해결한 사례라 의미가 있다.
북부지원청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학부모 관계가꿈 지원단'(학부모 지원단)이 이처럼 학폭 사건의 응어리를 푸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24일 북부지원청에 따르면 학부모 지원단은 학생의 마음과 관계를 회복할 학폭 사건 조정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도입돼 1기 13명에 이어 올해 2기 7명의 학부모가 선발돼 활동하고 있다.
1, 2기 학부모 지원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27건의 학폭 사건을 나눠 맡았는데, 이 중 81.5%(22건)가 '학교장 자체 해결' 내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취소'로 종결됐다. 갈등 조정이 이뤄진 22건 중 10건은 학부모 다툼으로 비화된 심각한 사안이었다고 한다. A양 사건도 학교장 자체 해결로 수습된 사례다. 학부모 지원단의 조정 노력으로 A양이 '화해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었고 A양 부모도 '자녀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지원단에 선발된 학부모들은 만만치 않은 교육과 실습 과정을 거친다. 교육당국과 협약을 맺은 기관에서 수개월 동안 주 1회 4, 5시간씩 교육을 받고, 때로는 하루 8시간 심화교육을 며칠간 받았다고 학부모들은 설명했다. 이후 과제 수행과 발표는 물론, 민감한 학폭 사안을 다룰 실전 대비 모의실습도 이수했다. 이미 학폭위 참여 등으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학부모도 있다.
학부모들이 나섰다고 해도 중재 절차는 개시부터가 쉽지 않다. 학교가 학폭 가해·피해 당사자 모두에게 조정 절차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일정을 조율한 뒤에야 비로소 학교 현장에서 중재가 이뤄진다.
학부모 지원단 소속 고화정(49)씨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 사람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모두 협력해야만 (중재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도 자녀가 6, 7년 전 중학생 때 학폭을 당해 진로를 바꾼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 고씨는 "당시 딸과 제가 마음에 있던 걸 온전히 표현하지 못했고, 충분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형식적) 합의에 의해 종결돼버린 느낌을 받았다"며 "서로 응어리가 지지 않게 충분히 솔직히 얘기하고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대로'만 할 생각보다는 감정을 좀 누르면서 '그래도 얘기를 한번 들어보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북부지원청은 학부모 중재 효과를 확인한 만큼, 학부모 지원단에 연수 등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제도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학부모 지원단의 관계조정 프로그램은 학폭 사안이 아니더라도 학생 간 갈등이 있을 때 신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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