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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없이 '불문' 그친 경무관… 경찰, 수사외압 아닌 '사건문의'로 판단

입력
2024.08.05 13:01
수정
2024.08.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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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감찰, 사건문의 금지 지침 위반 판단
경찰청 경징계 요구… 징계위 불문 처분
"신임 청장 임명 뒤 지휘관 인사 예정"

백해룡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백해룡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세관 마약수사 외압' 논란 관련 일선서 사건 책임자에게 전화해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관련 문구 삭제'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병노 경무관에 대해 경찰이 해당 행위를 수사외압이 아닌 사건문의로 판단해 경징계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경찰의 감찰 결과를 토대로 조 경무관에 대해 징계 없이 불문 처분하는 데 그쳤다.

경찰청 관계자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정된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가 임명되고 지휘관급 인사가 있을 예정"이라며 "이와 별도로 조 경무관과 관련해선 현재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청장이 되면 조 경무관에 대한 인사 조치를 하겠느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에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긍정적인 답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가 된 사건은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이다.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 경무관은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었던 백해룡 경정 등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경무관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 있었던 단체 채팅방에서 언급된 인물이다. 구명 로비 의혹 당사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말한 경찰 간부 인사 청탁 대상이 바로 조 경무관이다.

경찰청은 당시 조 경무관을 감찰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조 경무관의 행위를 '수사 사건에 대한 직원 간 사건 문의 금지' 지침 위반으로 판단하고, 국가공무원법의 성실 의무 및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징계위는 징계 없이 '불문' 처분하는 데 그쳤다. "대상자의 행위가 부적절해 보이기는 하나 '사건 문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징계 책임까지 묻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권으로 내부 경고 조치하는 수준에서 그쳤고 조 경무관은 수원 남부경찰서장으로 전보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 경무관에 대한) 감찰을 통해 지난 2월 중앙징계위에 회부했으며, 6월에 결론이 났다"며 "(서장 보임 기준 등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외압 의혹을 외부에 알린 백 경정은 강서경찰서 지구대장으로 전보되면서 수사에서 배제돼 '보복성 좌천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세관 관련 수사도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업무과중 등으로 현장 경찰들이 연이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실태진단팀'을 구성해 1차 조사에 나섰다.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 과중, 고소고발 반려 제도 폐지, 범죄의 지능화·고도화 등 종합적인 원인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8일 숨진 수사과 소속 경위가 속해 있던 관악경찰서 등 4개 경찰관서에 이미 조사팀이 파견돼 직원 인터뷰 등을 마쳤고,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방향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치안수요가 많은 경찰서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내실 있는 대책을 마련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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