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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자만 배 불리면 소는 누가 키우나"...축산농 살리겠다며 '6차 산업화' 실증 나선 전직 대기업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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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축산의 6차산업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만 저처럼 실증에 나서 증명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으로 재직하다 명퇴한 뒤 2년 전 '그로서란트' 매장을 차린 임태춘(61∙꿈에그린그로서란트) 대표는 요즘 K푸드 활성화 강연까지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현재 5개(1곳은 개업 준비 중)로 불어난 매장을 관리하랴, 강연하러 다니랴, 시간을 나누고 쪼개도 부족하다.
임 대표는 강연을 할 때마다 6차산업화 만이 국내 축산농이 사는 길이라고 힘줘 말한다. 6차 산업은 생산(1차) 가공유통(2차) 판매(3차)를 일괄하는 것을 말한다. 축산농이나 당국자들은 이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용이나 방법이 막막해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2021년 명퇴한 임 대표는 6차산업화의 위력을 알려주기 위해 실제 창업에 나섰다. ‘백문이 불여일견’을 몸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임 대표는 용인시 처인구에 육가공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3층에 그로서란트 매장을 차렸다. 그로서란트는 그로서리(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을 합성한 말로 재료를 사 그 자리서 요리해 먹는 복합식품매장을 말한다. 도매가로 고기를 구입해 바로 요리해 먹으니 신선하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임 대표는 도축장, 가공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원가를 대폭 낮춘 가격에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식당에서 파는 고기는 원가에 25% 이윤만을 붙였고 테이크 아웃을 할 때는 15%의 이윤만 더한다.
실제 광교점의 경우 한우등심(투플러스등급 100g 기준)이 9,050원, 채끝 1만500원, 치마살이 1만3,300원에 불과하다. 한돈 삼겹살(100g 기준)은 2,560원, 목살은 2,270원이다. 식당 차림비(1인 당 5,000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매장의 3분의1 가격이다. 테이크아웃을 하면 이보다 더 싸게 한우를 즐길 수 있다.
점심식사 메뉴도 숯불양념갈비살정식이 1만5,000원으로 제일 비싸고 왕갈비탕(1만1,000원) 한우국밥(9,000원) 냉면(8,000원) 등 모든 메뉴가 헐한 편이다.
이 같은 판매전략으로 1호점과 2022년 문을 연 광교점은 월매출이 2억~2억5,000만 원에 이르고 지난해 개업한 하남점과 위례점 역시 월매출 1억2,000만 원 안팎을 달성했다. 하남점과 위례점은 상가 건설사가 ‘키 테넌트’(고객 유인에 핵심이 되는 점포)로 유치하기 위해 장소를 무료로 제공했다.
임 대표는 “생산 만 안할 뿐 도축과 가공, 유통, 판매를 일괄로 하다 보니 이렇게 착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특히 생육으로 판매하다 남은 재고는 바로 식당에서 소화하므로 재료 낭비가 일절 없다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진정한 6차산업화를 달성하기 위해 가맹점이 50개 안팎에 이르면 목장도 직접 경영할 생각이다. 당연히 가격을 더 낮춰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한우 브랜드로 K푸드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임 대표는 “경기 안성이나 강원 횡성 등에 목장을 만들어 은퇴 인력을 고용한다면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비로 원가를 더 낮출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진정한 6차산업화가 완성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부가가치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대기업 임원을 할 때 풍작이든 흉작이든 중간유통상들은 적당한 이윤을 챙기는 반면 피해는 농민과 소비자한테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면서 “중간유통상들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충분한 이익을 봐야한다는 생각에서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운영 노하우도 컨설턴팅 해줄 계획이다. 이윤보다는 국내 축산농들이 경쟁력을 갖춰 K푸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랜차이즈비도 매출액의 1% 남짓만 받는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막대한 가맹비를 챙겨가는 다른 프랜차이즈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임 대표는 “한우는 일본 와규를 능가하는 맛과 품질을 갖고 있어 세계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 “호주나 남미로 한우 송아지를 보내 좀더 저렴한 가격에 생산, 현지에 바로 수출할 수 있다면 미국과 유럽시장에 K푸드를 정착시키는 첨병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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