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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發 부진에 성장률 하향 조정... 금리인하 압박 나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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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상반기 상향 조정했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반기 들어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누적된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최근 누그러진 물가와 달리 금리는 여전히 높아 정부‧정치권을 중심으로 금리인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당초 올해 경제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던 KDI는 5월 2.6%로 높인 뒤 석 달 만에 하향 조정했다.
시장 전망도 비슷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평균 성장률 전망치(지난달 말 기준)는 2.5%다.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UBS는 같은 기간 3.0%에서 2.3%로, 골드만삭스는 2.5%에서 2.3%로 낮췄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종전 각 2.7%에서 2.4%, 2.5%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호조세와 1분기 ‘깜짝 성장(1.3%)’에 따라 높아졌던 한국 경제 성장률 눈높이가 2분기 역성장(-0.2%)을 기점으로 잇따라 낮아지는 모습이다.
7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약 14% 증가하는 등 수출액이 10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이어지는 이유는 또 다른 경제축인 소비‧투자 부진이 심해서다. 고금리‧고물가가 소비 부진과 투자 위축을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단적인 예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5월 기준)은 0.69%로, 2014년 11월(0.72%)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 둔화와 고금리에 따른 상환 부담 확대가 겹쳐지면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을 끌어올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부터 2%대로 내려가면서 물가 부담은 완화하고 있지만, 고공행진 중인 금리는 변수로 남아 있다. 내수 부진 해소를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생각보다 금리인하가 지연되고 있다”며 “수출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설비투자 등이 증가하지 않는 건 고금리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인하 주장은 더 직접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부동산 공급 대책이 금리인하에 더 좋은 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본다”며 금리인하에 힘을 실었다. 앞서 6월엔 “통화정책을 유연히 가져가야 한다”(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고금리가 자금 여력 없는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황우여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주장이 줄이었다.
그러나 급증한 가계대출 증가 규모 등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8일 기준·지난달 말 대비)은 불과 8일 만에 약 2조5,000억 원이 불었다.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세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 신중론에 힘을 보태는 부분이다. 앞서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의 금리인하 압박은 부진한 내수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등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펴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선제적으로 낮추면 자산‧금융시장의 불안정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연 3.50%)한 한은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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