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신안 섬에서 희생자 유족, 74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

재판부 "경찰, 적법 절차 무시"

광주지법 청사 전경

한국전쟁 당시 좌익으로 몰려 억울하게 사살당한 민간인 피해자의 유족들이 74년 만에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광주지법 민사10단독 하종민 부장판사는 '전남 신안군 증도면 등선리 희생 사건'의 희생자 황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 3명에게 총 1억 4,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황씨는 38세이던 1950년 당시 신안군 한 섬에서 발생한 민간인 집단 희생자 19명 중 한 명이다. 당시 신안군 증도면은 인민군과 국군이 번갈아가며 장악했고, 이 과정에 섬 주민들이 각각 우익과 좌익으로 몰려 억울하게 희생당했다. 황씨는 1950년 10월 21일 좌익을 색출하겠다며 주민 18명과 함께 증도 등선리 한 야산으로 끌려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는 이유로 총살 당했다.

재판부는 "한국전쟁 시기 경찰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황씨를 살해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고, 이에 따라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