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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폭염도시 '대프리카'는 옛말... "타이틀 반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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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덥긴 해도 예전보단 좀 버틸 만한 것 같은데요?"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성수(35)씨는 최근 출장차 사흘간 서울을 방문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짧고 굵은 폭우에 습도가 높아 잠시 걷기 힘들 정도로 온몸이 땀으로 젖어 버려 저녁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숙소 밖을 나올 엄두도 못 냈다. 김씨는 "빌딩숲이라 공기 순환이 안 되다 보니 서울이 대구보다 더 덥다고 느껴질 정도였다"며 "요즘 날씨를 보면 대프리카라는 말도 예전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국적인 폭염이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잠 못 이루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한 달 넘게 열대야가 발생해 기상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광주는 습한 기후로 체감온도가 높아지면서 '광프리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대표 폭염도시에 사는 대구시민들은 정작 "지낼 만하다"며 무덤덤하다.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건조한 날씨와 열섬현상 완화를 위해 오랜 기간 이어온 나무 심기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주요 도시의 열대야 연속 발생일수는 제주가 41일로 가장 길었고, 뒤이어 서울(34), 인천(30), 부산(26), 강릉(20), 대구·청주(16), 광주(15) 등의 순이다. 누적 열대야 발생일도 제주가 50일로 가장 많고, 청주(39), 서울(37), 부산(33), 광주(31)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는 27일에 불과했다.
대구는 2018년 8월 강원 홍천이 41도를 기록하기 전까지 76년 동안 최고 기온(1942년 8월 1일, 40도)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름철 날씨 뉴스에서 대구가 최고 기온을 보이지 못하면 시민들이 아쉬워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 대표적 무더위 도시다.
그러나 최근 추세를 보면, '대프리카'라는 타이틀은 다른 도시에 물려줘야 할 판국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6월 1일부터 8월 21일까지 대구가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한 날은 6월 28일(34.1도)과 7월 3일(33.9도), 단 2회에 불과했다. 이 기간 중 일별 가장 많은 최고 기온을 보인 곳은 경주(16회)와 정선(15회), 제주(12회) 등이다. 대구시민 정성해(36)씨는 "낮 시간대 바깥 활동을 하기에는 여전히 힘들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감이 있다"며 "폭염에 단련된 탓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대프리카라고 부르기엔 어색하다"고 멋쩍어했다.
이 같은 시민 반응은 체감온도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광주연구원이 발표한 '여름철 폭염에 따른 광주지역 영향 및 대응 방향'에 따르면, 2020~2023년 광주의 폭염은 총 66일, 체감온도는 36.2도를 기록했는데, 대구는 폭염이 126일로 2배가량 많았지만 체감온도는 35.6도를 보여 0.6도 낮았다. 같은 기간 습도 역시 대구(66.7%)보다 광주(80.5%)가 높았다. 통상 습도가 높으면 체감온도도 높다. 김연수 광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구는 내륙에 있어 비교적 건조한 데 비해 광주는 서해안을 따라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남서풍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고, 다발성 비까지 내리면서 광주가 더 덥게 느끼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이상기후와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1996년부터 1,000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과 100개 도시 숲 조성, 옥상정원, 수경시설 확충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도시림현황통계를 보면 대구시내 생활권 도시림은 2005년 1,382㏊에서 2021년 2,759㏊로 2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대구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여전히 폭염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야외활동 시 온열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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