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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상속세 완화 논하지만… "빚이 더 많아" 상속 포기 역대 최대

입력
2024.08.23 13:30
수정
2024.08.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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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보다 채무 물려받는 경우가 다수
지난해 '상속 포기' 신청 3만 건 넘겨
차규근 "상속세 내는 사람 챙길 때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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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속인들이 빚을 물려받지 않기 위해 법원에 신청한 상속 포기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여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 일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부자감세'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23일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상속 포기 및 상속 한정승인 결정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속 포기 접수 건수는 3만249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8%(4,570건) 증가한 수치다.

상속 포기는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경우 채무를 승계받지 않기 위해 상속인의 지위를 포기하는 제도다. 지난해 처음 3만 건을 넘겼는데, 법원은 이 중 2만8,701건을 인용했다. 상속 재산 한도 내에서 채무를 갚게 하는 상속 한정승인 신청도 2만6,141건으로 사상 최대치다.

장기간 고금리에 경기 부진이 맞물려 상속받을 재산보다 부채가 많은 가계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상속 포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계경제도 빠른 속도로 악화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2분기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1,900조 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지난달 세법개정안을 통해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확대, 과세표준·최고세율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상속증여세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율 인하에는 반대하나, 중산층을 고려한 일괄공제·배우자 상속공제 액수 상향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상속받을 재산이 있는 이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들이라, 당장 빚에 허덕이는 서민과는 거리가 있는 논의란 지적도 나온다. 차 의원은 "정치권 일각에서 상속세를 인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상속세를 내는 2만여 명의 여유있는 시민들보다 빚 때문에 상속조차 포기하는 3만여 명의 시민들을 먼저 챙기는 것이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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