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군 열병식 때 전부 제거해 버릴까' 제안했다"

'트럼프 1기' 안보보좌관 맥매스터 회고록
"트럼프 황당 제안에 참모들 아첨하기 바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17년 11월 2일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보좌관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시절 회의에서 '북한군을 열병식 중 공격해 제거하는 방안'을 언급했다는 백악관 최고위급 안보 참모의 폭로가 나왔다. 황당한 제안에도 당시 다른 참모들은 '아부'를 하기에 바빴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가 발간을 앞둔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내 임무 수행'에서 이 같은 일화를 밝혔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맥매스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무실 회의 도중 "북한군이 열병식을 할 때 북한군 전체를 제거하면 어떨까"라는 발언을 했다고 이 책에 썼다. 또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멕시코에 있는 마약을 폭격하면 어떨까?"라는 식의 '이상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당시 백악관 참모들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당신의 본능은 언제나 옳습니다"라며 경쟁적으로 아첨했다고 한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즉흥적 정책 결정을 견제하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란 핵협상과 대(對)아프가니스탄 전략,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등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줄곧 충돌하다 취임 13개월 만에 물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엄격한 성격의 맥매스터에 대해 "나를 가르치려 한다"는 비판을 퍼붓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라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8년 2월 뮌헨안보회의 때 자신의 발언이었다고 했다. 당시 맥매스터는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논쟁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는데, 그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 비판을 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달 후 교체됐다는 게 맥매스터의 회고다.

다만 맥매스터가 저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그는 강경한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과 뜻을 같이 했으며,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썼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맥매스터의 저서는 "트럼프 백악관을 매우 비판적으로 기술했다"는 게 CNN이 내린 총평이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