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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디지털 성범죄자 '인터넷 제한'도 하는데… 한국은 솜방망이 집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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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군인 신분이던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모집한 의뢰인들로부터 일반인 여성 등 사진을 받아 이를 나체 사진에 합성하고 1건당 1,000원씩 받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법 합성물은 970개였다. 재판에 넘겨진 그에게 법원은 ①잘못을 인정, 반성하고 있으며 ②범행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고 ③초범이라는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n번방 사건' 이후 2020년 3월 이른바 '딥페이크 방지법'이 만들어졌지만 집행유예에 그치는 판결이 적지 않아서다. 디지털 성범죄자가 범행 이후 인터넷을 일부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해 형사처벌 외에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일보가 딥페이크 성범죄 주요 사건을 살펴보니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형벌이 약해지는 경향이 보였다. B씨는 지난해 4월 같은 학교 여학생 4명의 얼굴 사진으로 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들고 한 차례 유포했다. 피해자들은 처벌을 원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나이가 만 19세로 비교적 어리고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문화상품권을 받고 미성년자 성착취물과 불법 합성물을 판매한 C군은 별도 형사처벌 없이 보호처분을 받았다. 범행을 저지를 당시(2020년) 16세 미성년자라 성적 가치관 등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는 논리였다.
성범죄자의 경우 법원이 신상을 공개하거나 아동·청소년, 장애인 복지 관련 기관의 취업을 막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관대한 처분이 반복됐다. A씨의 경우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40시간)를 듣는 것만으로 재범을 방지할 수 있다며 법원은 신상 공개 및 취업 제한을 명령하지 않았다. B씨는 아동·청소년 등 관련 기관에 취업할 길을 3년간 막았으나 신상 공개 명령은 비껴갔다.
합성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D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294번에 걸쳐 불법 합성물을 제작해 자신이 운영하던 텔레그램 방에 유포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합성물만 179개에 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인위적으로 합성된 것임을 눈치챌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디지털 성범죄는 지인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고, 온라인이라는 공간 특성상 제작·유포도 어렵지 않은 반면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양형 기준부터 너무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청년들이고 미래가 있으니 가볍게 처벌하겠다면서 집행유예를 쏟아내는 데 이 범죄가 판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추적단 불꽃'으로 'n번방' 사건을 파헤쳤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디지털을 활용해 누군가의 성을 착취하는 이들의 형량이 대부분 집행유예거나 3, 4년형"이라면서 "조주빈(징역 42년)은 굉장히 특수한 사례였다"고 짚었다.
일반 성범죄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디지털 성범죄엔 차별화된 처방이 필요하단 의견도 제기된다. 박 전 위원장은 "미국처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미국 플로리다주는 2005년 7월 이후 성범죄를 저지른 보호관찰 대상자는 성범죄자 치료 전문가 승인이 있기 전까지 인터넷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 원래 플로리다는 성범죄를 엄격히 처벌하고 관리하는 편이다. 성범죄자가 학교나 놀이터 등 장소 반경 1,000피트(약 300m) 안에 거주할 수 없게 하는 '제시카법'도 이곳에서 처음 제정됐다. 다만 이런 추가 조치는 미국에서도 논쟁적 사안이다. 성범죄자의 SNS 접속을 금지한 노스캐롤라이나주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아동 대상 성범죄 전과자를 기소했지만 2017년 대법원은 모든 종류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 헌법 1조를 어겼다며 이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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