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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러시아 본토 공격' 언제까지? "러, 일부러 격퇴 안 나서는 듯"

입력
2024.08.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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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 우회' 쿠르스크 진격 성공에도
"러, 기존 전선이 최우선… 군 분산 안 해"
양측 다 적진으로 진격… 급한 건 우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9일 미국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재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9일 미국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재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점령 성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상반된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장악이 "승전 계획의 첫 단계"라고 했지만 회의론도 만만찮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본토 밖으로 격퇴할 역량이 충분한데도 기존 동부전선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탈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왔다.

러, 본토 공격받아도 계속 진군

오노 아이헬스하임 네덜란드 국방총장은 28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돈바스에 집중하고 있다"며 "쿠르스크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부터 시작돼 4주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의 본토 진공을 사실상 러시아가 내버려두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러시아군 주력은 우크라이나 동부 핵심 병참 허브인 도네츠크주(州) 포크로우스크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름 안에 점령하는 게 러시아군의 최우선 목표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쿠르크스 점령으로) 돈바스에서 러시아의 진격이 늦어졌다는 징후는 없다"고 평가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유라시아 담당 선임연구원 나이젤 굴드 데이비스는 AP통신에 "러시아는 돈바스의 군세를 분산시키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를 훼손하지 않고도 자국 영토 내 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도박에 가까운 적 본토 진격으로 서울 면적의 두 배가량(1,294㎢)이나 되는 땅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지만, 동부전선의 불리한 전황을 뒤집는다는 원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쟁이 '나라 밖 일'이었던 러시아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겠다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언도 의문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쿠르스크 주민들은 러시아 정부에 반감을 가질지 몰라도, 전국적인 여론은 오히려 "반(反)우크라이나·서방 감정을 고조시켜 결집할 수 있다"고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연구원은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에서 쿠르스크주 전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에서 쿠르스크주 전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급한 우크라, 미국에 "러 본토 타격 허용해달라"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를 넘어 벨고로드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땅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급한 쪽은 우크라이나다. 시간이 갈수록 본토에서 멀어진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군 자산을 소모해야 한다는 게 러시아 측 계산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병력과 물자 등에서 압도적 우세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계속해서 에이태큼스(ATACMS) 등 서방제 장거리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을 풀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번 주 중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 측에 장거리 타격을 원하는 러시아 내 군 시설 명단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폭격기 등 주요 군사 자산을 이미 미사일 사정거리 바깥으로 옮겼기 때문에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의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AP가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서방이 직접 대결 구도로 휘말리는 것도 우려해 왔다. 서방 국가 중 영국은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의 본토 타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결정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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