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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SNS와의 전쟁 확산... 텔레그램 CEO 기소 이어 브라질 'X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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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수 남미 최대이자 세계 4위(2,200만여 명) 규모인 브라질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가 결국 차단됐다. 플랫폼에서 범람하는 가짜뉴스·증오 메시지를 방치해 자국의 온라인 환경을 '무법천지'로 만들었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당국의 노력에도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 체포 이후 또 다른 플랫폼 '공룡'이 철퇴를 맞은 셈이다. "수년간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법 위를 거닐던 인터넷 거물들이 난기류에 직면했다"(미 워싱턴포스트·WP)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대법원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전날 브라질 방송·통신 관련 규제 기관에 X 접속 차단을 명령했다. X가 허위 정보, 증오 표현, 민주주의 공격의 대대적 확산을 허용함으로써 "유권자들을 실제·정확한 정보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하다 적발되면 브라질 1인당 연간 국민소득과 엇비슷한 수준인 하루 5만 헤알(약 1,2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브라질에서 대법원과 X의 갈등은 지난 4월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전 정권 시절 가짜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했던 '디지털 민병대' 조사 과정에서 적발된 관련 계정들을 차단하라고 X 측에 명령했다. X 측은 이를 거부하고 현지 사업장을 폐쇄하는 등 반발했다. 이어 '브라질 내 정책을 책임질 법적 대리인을 지정하라'는 최후 통첩마저 무시하자 대법원이 끝내 강수를 둔 것이다. 접속 차단은 X 측이 모든 명령을 수용할 때까지 지속된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명령서에서 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를 겨냥, "브라질 사법 시스템을 반복적이고 고의적으로 무시했다"며 "무법천지 환경을 조성한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음 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어되지 않는 가짜뉴스와 증오·인종차별 표현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이에 머스크는 "브라질의 선출되지 않은 '사이비 판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민주주의 기반인 언론의 자유를 파괴한다"며 맞섰다.
브라질 당국은 이전에도 종종 거대 SNS 기업과 마찰을 빚었다. 2015년 이용자 정보를 넘기라는 수사 당국의 요구를 거부한 왓츠앱, 2022년 특정 계정을 차단하라는 요청에 협조하지 않은 텔레그램이 각각 일시 접속 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전면적인 차단 조치는 "30년 브라질 관련법 역사에서 가장 극단적인 사법 결정"이라고 카를로스 아폰소 소자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법학 교수가 NYT에 말했다.
무엇보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검찰이 미성년자 성 착취물·마약 거래 등 각종 범죄를 방조·공모했다는 혐의로 두로프를 예비기소한 지 이틀 만의 조치여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와 두로프 모두 스스로 '정치적 검열에 맞서는 투사'를 자처하지만, 이들의 SNS가 각국의 규제를 무력화해 가짜뉴스·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WP는 "두 사건 모두 민주 정부들이 사이버 자유주의 기술 거물들에게 인내심을 잃은 사례"라고 전했다.
다만 권력의 '특정 SNS 길들이기'를 정당화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거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X 금지 조치로 브라질은 북한, 베네수엘라와 같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실제 X를 차단하는 국가는 러시아, 중국, 이란 등 권위주의 정부들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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