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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평가받았는데도 예산 삭감... "누가 R&D 정책 믿겠나"

입력
2024.09.04 17:48
수정
2024.09.0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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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의원실, 정부 R&D 현황 분석
예산 오히려 깎인 우수 연구가 11건
증액 사업도 재작년 수준에 못 미쳐
과기부 "여러 요인 고려해 배분한 것"
황 의원 "어떻게 정부 믿고 연구하나"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올해 실시된 정부 연구개발(R&D) 평가에서 '우수'를 받은 사업의 20% 이상이 내년 예산이 깎인 것으로 집계됐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50억 원 이상 예산이 줄어든 연구도 있었다. 이를 두고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대로 증액했다는 정부가 특정 분야 예산을 늘리느라 우수 R&D조차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평가 결과는 증액의 고려 사항일 뿐 사업 기간과 실제 소요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적절히 예산을 배분했다고 반박했다.

4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우수 R&D 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R&D 사업 중 적절성 점검에서 '적절' 판정을 받은 사업 중 자체 평가 결과가 '우수'인 건 총 51건이었다. 이 중 올해와 비교해 내년 예산이 감소한 사업은 16건이었고, 올해 사업이 종료돼 내년도에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건 그중에서도 5건이었다. 즉 11건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사업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개발 지원(150억7,400만 원 감소) △테크브리지 활용 상용화 기술개발(63억2,000만 원 감소) △고부가가치 융복합물류 배송·인프라 혁신기술 개발사업(48억2,100만 원 감소)에서 감소 폭이 컸다. 또 증액된 사업들 역시 R&D 예산 삭감 사태 이전인 2023년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이는 정부의 성과 평가 계획과 차이가 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자체 평가 결과가 '우수'이면서 적절성 점검 '적절'은 예산 증액 요소로 고려되며, 반대로 자체 평가 '미흡'과 적절성 점검 '부적절' 사업은 삭감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지난해 정부는 올해 평가부터 미흡 비율을 20% 이상으로 의무화하면서 관대하게 평가하지 말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사업 계획과 실제 수요에 따라 예산은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초기에 연구장비를 구축하느라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가 후반에는 필요액이 줄어드는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하며, 반드시 평가 결과에 따라 증액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기금 지출을 바탕으로 하는 예산은 재원의 상황을 고려해 (예산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 의원은 "연구 현장에서는 R&D 예산이 아직 제대로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나온다"며 "지표로 검증된 우수 사업 예산이 삭감되는데, 연구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R&D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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