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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역사' 광주비엔날레는 진보했나...스타 큐레이터 앞세웠지만 정체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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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회를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판소리-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이라는 주제로 7일 개막했다. 창설 30년을 맞아 스타 큐레이터를 앞세우고 지역색을 입힌 주제를 전면에 내세워 기대를 모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비엔날레의 특징으로 용인하기에는 주제와 내용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제와 무관한 장외 파빌리온(국가관)을 늘리면서 정체성 혼선까지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프랑스 출신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그는 작가와 관객, 기획자가 작품을 함께 만든다는 내용의 비평서 '관계의 미학'으로 세계 미술계에서 명성을 누렸다. 이번 전시에서 전통극 '판소리'를 주제어로 제시한 부리오 감독은 '판(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과 '소리(노래)'라는 의미에 집중했다. 전시장엔 부딪힘소리(Larsen effect), 겹침소리(Polyphony), 처음소리(Primordial sound) 등의 주제별로 다양한 판이 꾸려졌다. 드럼 리듬을 배경으로 목소리를 녹음한 프랑스 출신 마르게리트 위모의 '휘젓다', 영상 작업으로 생물 발광 유기체를 표현한 프랑스 출신 조세파 응잠의 '지세아큐아 비테' 등 30개국에서 온 72명 작가의 작품이 등장했다. 32개국 79명 작가가 참여한 지난해보다 작아진 규모다. "유명한 작가의 과거 작품보다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으로 밀도 있게 구성했다"는 게 부리오 감독의 설명이다.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비엔날레의 정신에 부합했다는 자평도 있었지만, 몇몇 작품은 주제어와 작품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역 연구를 토대로 제작한 작품이 극히 드물었고, '공간', '소리'라는 공통 소재 외에는 작품 간 연결성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리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정보가 누락됐고 문자로 된 작품 설명도 전무했다. 전시를 둘러본 한 미술계 인사는 "부리오 감독이 판소리의 개념을 온전히 이해했는지 의문"이라며 "상상의 여지를 열어둔다고 해도 좀 더 친절하게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올해 가장 눈여겨볼 점으로 31개 국가·기관이 참여한 파빌리온(Pavilion·임시건물)을 꼽았다. 네트워크 확장을 목표로 2018년 만든 파빌리온은 지난해 9개에서 올해 31개로 확대됐다. 광주 북구 용봉동 본전시관 이외에 남구 양림동과 동구 동명동 일대 생활공간에 산발적으로 파빌리온이 설치됐다.
국가관 난립이 전시의 주제의식을 흐린다는 평도 나왔다. '소리'를 주제로 삼은 국가관은 '무등 : 고요한 긴장'을 주제로 광주시립미술관에 설치한 광주관 등 4군데뿐이다. 대부분 독립 큐레이터 주도로 주제를 정해 각 나라의 문화와 예술가를 소개하거나 도시, 국가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세계 유수 비엔날레의 국가관은 전체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기 위해 설치되지만, 이번엔 통일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제와 동떨어진 나열식 구성, 천차만별인 전시 품질 등이 문제였다. 부리오 감독은 "파빌리온 전시 기획과 운영은 전적으로 나의 컨트롤(관리) 밖에 있다"며 "전시 주제나 내용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가관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광주시다. 국가관은 설치 비용을 참여하는 국가·기관이 부담한다. 이에 비엔날레를 관광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비용이 들지않는 국가관을 무리하게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초대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을 지낸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30년이 지났지만 광주비엔날레만의 콘셉트가 자리 잡지 못하고 여전히 베니스 비엔날레 모방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국제 비엔날레다운 내실과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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