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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도 안주하면 3, 4년 안에 사라질 수도"...'경영 복귀' 이동채 창업주의 위기 진단

입력
2024.09.10 07: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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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중국 GEM과 통합 양극재사업 추진
에코프로 인니에 양극소재 생태계 구축
이동채 에코프로 상임고문으로 경영 복귀

이동채(가운데) 전 에코프로 회장이 쉬카이화(오른쪽) GEM 회장, 왕민 GEM 부회장과 에코프로 본사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동채(가운데) 전 에코프로 회장이 쉬카이화(오른쪽) GEM 회장, 왕민 GEM 부회장과 에코프로 본사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에코프로그룹의 이동채 전 회장이 중국의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손잡고 양극소재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한다. 이로써 이 전 회장은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후 첫 공식 활동에 나서며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다.

에코프로는 9일 에코프로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이 최근 쉬카이화 GEM 회장과 에코프로 오창 본사에서 만나 이 같은 방안에 합의하고 임직원에게 사업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이 자리에서 "파괴적 혁신 없이 현재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돌파할 수 없다"며 "지난 10년 동안 GEM과 맺어온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제련, 전구체, 양극소재를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극소재 산업은 크게 네 개 부문(광산, 제련, 전구체, 양극재)으로 나눌 수 있는데 GEM은 니켈 제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에코프로는 설명했다. 에코프로는 하이니켈 양극소재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사업으로 일괄 생산 체제에 가까운 협업이 예상돼 획기적 비용 절감을 통한 양극소재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이 전 회장과 쉬카이화 회장은 GEM이 보유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공장 '그린에코니켈' 사업을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제련업 진출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부합하는 니켈 자원 확보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 전 회장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제련과 전구체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기업이 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서 나오는 전구체는 미국의 IRA 규정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캐즘 길어지자 경영 복귀한 이동채 전 회장

경북 포항시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에코프로 제공

경북 포항시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에코프로 제공


한편 에코프로 그룹의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 전 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에코프로는 이차전지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현 경영진이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통해 차명 계좌로 주식을 샀다가 파는 방식으로 11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돼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가 광복절 사면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배터리 시장이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의 앞길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봤는데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처럼 하다가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세상을 뒤엎어 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 3년 전만 해도 전기차의 모든 배터리는 삼원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너도나도 증설 경쟁에 나서 과잉 투자를 해왔다"며 "에코프로도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3, 4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이 위기 타개책으로 꺼내 든 카드가 GEM과의 통합 얼라이언스 구축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GEM과의 얼라이언스 구축은 니켈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카드"라며 "에코프로와 GEM이 양극소재 밸류 체인에서 서로 강점을 가진 분야를 통합한다는 점에서 얼라이언스가 미칠 파괴력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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